페미니즘 다룬 책 이어 두 번째
자기 서사 통해 사회에 질문해야
글쓰기 모임서 공감·용기 얻어
일상소재 찾는 집필노동자 될 것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다.사람들이 글쓰기를 두려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하지만 자신을 오롯이 대면하고 글을 쓸 때 묘한 위로를 얻는다.

최근 글쓰기 에세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를 펴낸 홍승은 작가의 이야기도 그렇다.춘천에서 인문학 카페를 운영했던 저자는 여성,이혼가정,탈학교 청소년,비혼주의자,전문대 출신,사회운동,협동조합 등 몇가지 키워드로 압축되는 자신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입체적인 존재로 보이고 싶었다.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진 존재기 때문이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처럼 글쓰기를 권유하는 책이다.저자는 글쓰기가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닌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서사를 써 내려가길 바란다.그는 “이력서의 몇 글자가 나를 전부 설명하지 않는 것처럼,모든 존재는 고유한 서사를 갖고 있다”며 “몇 가지 정보로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도록 많은 사람이 글을 쓰면 좋겠다.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자기를 맞추지 말고,자기 서사를 통해 질문하는 글쓰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저자의 글쓰기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은 춘천에서의 글쓰기 모임이다.사람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독립 출판물을 재고,낭독회를 열고,각자가 쓴 글을 읽으며 연대하던 춘천에서의 이야기가 책 전반에 걸쳐 생생하게 그려진다.창작 수업이나 유명 저자 강의를 찾아 들어봤지만 이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연대와 공감을 통한 글쓰기에 더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저자는 “나를 믿을 수 있다면 계속 글을 끌고 갈 힘이 생긴다.권위는 오직 자신만이 줄 수 있다”며 “내 삶을 가장 잘 알고 드러낼 수 있는 것 또한 자신이기 때문에 섣불리 누군가에게 내 서사의 편집권을 위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 홍승은 작가는 “글쓰기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상처가 정말 내가 짊어져야 하는 고통인지 질문하면 내 몫이 아닌 부분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 홍승은 작가는 “글쓰기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상처가 정말 내가 짊어져야 하는 고통인지 질문하면 내 몫이 아닌 부분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페미니즘에 관련해 쓴 첫 저서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에 이은 이번 두번째 책에는 임신중절 수술,성별의 다양성,다자연애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악의적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솔직한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글을 쓰다가 두려워질 때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은 없다’는 말을 기억한다”며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입장과 관점이 담겨있다.하고자 하는 말이 정확하고,누구 입장에서 쓰인 글인지 스스로가 믿을 수 있다면 용기낼 수 있다”고 했다.


글쓰기 기술에 관해서는 계속 질문하는 태도를 중시한다.하나의 사건은 관점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감정을 덜어내고 자신을 인터뷰하듯 상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쓴 노력이 엿보인다.또 글 쓰는 사람이 자격을 확인 받으려 하거나 작가라는 기준에 갇히면 자기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국 각지의 글쓰기 모임을 다니며 ‘집필 노동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저자는 평범한 삶에서도 얼마든지 감정이나 시대의 구조를 엿보며 글감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당신의 이야기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처럼,나를 불편하게 한 사소한 말 한마디,상황을 시작으로 글 써보시길 추천한다.우리의 이야기는 결코 사소하지 않으니까” 김진형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