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人] 김훈 씨밀레 북스 대표
기존 관련서적 80~90년대 출간
정보 알리고 동물 희생 방지 위해
국내 첫 양서파충류 잡지 창간
크라우드 펀딩 목표액 2배 달성
전문 서적·매거진 마니아 각광

대표적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와 고양이와 달리 양서류와 파충류는 징그럽고 낯설다는 인식이 강하다.국내 양서파충류 샵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10여 곳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120곳 이상으로 성장했다.하지만 정작 사육정보가 부족해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지난 2016년 춘천에 문을 연 동물 전문 출판사 씨밀레 북스의 김 훈(51)대표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한림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서울 유수의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했다.그가 춘천에 온 배경에는 대학생활의 추억이 깔려있지만 도시 생활에 피로감을 느낀 것도 한 몫 했다.김 대표는 “오랜 도시 생활에서 염증을 느꼈다.최근 출판은 인터넷으로 많이 하기 때문에 사무공간 장소는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겠다고 생각해 춘천에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07년 열대어를 처음 접한 김 대표는 알록달록한 색과 생동감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이후 동호회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특수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전문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김 대표는 “최근 파충류 박람회에 5000여명이 방문하고 수요는 급증하는데 비해 국내에 나온 관련 서적은 80∼90년대 것 밖에 없었다”며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사육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동물이 희생되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내고 싶었다”고 밝혔다.씨밀레북스는 그동안 파충류,양서류,조류,열대어와 관련한 서적들을 출간하면서 해당 동물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 씨밀레 북스 김훈 대표와 그의 반려 도마뱀 ‘벤허’
최근 김 대표는 양서파충류 전문 잡지를 국내 최초로 창간했다.격월간 ‘렙타일 매거진 한국어판’이다.전 세계 파충류 마니아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은 영국의 유명한 파충류 전문잡지 ‘프렉티컬 렙타일 키핑(Practical Rep

tile Keeping)’의 한국판인 셈이다.잡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해 양서파충류의 정보를 담아 냈다.코브라가 독을 쏘는 장면이 생동감 있게 다가오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과 드래곤 이야기도 있어 관심을 끈다.잡지 창간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했다.사람들의 반향은 뜨거웠다.당초 목표보다 2배 이상의 금액인 1200여만원의 자금을 모았다.이 과정에서 “오래 살다 보니 드디어 국내에도 파충류 전문 매거진이 창간되는 순간을 보게 됐다.오랫동안 너무나 고대하고 기다리던 일”이라는 반응들을 받았다.김 대표는 “잡지를 창간한다고 하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며 “현재 외국 서적 번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추후 자체 콘텐츠를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 크레스티드게코
▲ 크레스티드게코
파충류의 장점에 대한 질문에는 애정이 담긴 답변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김 대표는 “양서파충류는 애완종만 수천 종에 달해 선택의 폭이 넓다.개와 고양이처럼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고 사육에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이웃에 불편을 끼치지 않고 산책을 시킬 필요가 없다.몸집이 작아 관리도 용이하다.파충류를 키우다 보면 사육장을 조성하게 되는데 하나의 자연을 집에다 조성하는 것 같이 느껴져 야생에 대한 현대인의 로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8년째 키우고 있는 도마뱀 ‘시저’와 ‘벤허’다.독특한 모양의 턱수염을 가진 비어디드 드래곤 종으로 품성이 순해서 사람을 잘 따르고 애니메이션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파충류를 처음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은 조언은 “작은 종으로 시작하는 것”이다.그는 “도마뱀 중에서 레오파드 게코와 크레스티드 게코 같은 경우는 색이 이쁘고 얼굴이 귀여운 면이 있어 가장 대중적인 종이다.먹이줄 때도 밀웜같은 곤충을 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며 “도마뱀이 부담스럽다면 한국 사람들에게 친근감이 있는 육지거북이를 키우면 좋다”고 조언했다.

▲ 레오파드게코
▲ 레오파드게코
김 대표는 이번 렙타일 창간호에 국내에 서식하는 토종 거북이 남생이에 대한 정보를 수록했다.국내 서식 파충류에 대해 알려서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보고자 하는 의지다.김 대표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사는 파충류에 대해 너무 모른다.가끔 도마뱀을 볼 수 있지만 어떤 종인지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그는 무분별한 개발과 외래종 유입으로 파괴되고 있는 토종 생물보호를 위한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다.동물보호,환경운동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김 대표는 “생태계 교란으로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이 증폭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토종 생물들이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자연환경 보존과 밀렵 근절,종교적 관념에 따른 방생이나 개인 사육가의 사육개체 유기 등 외래종 자연방사를 지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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