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 작은 아씨들’ 명작의 재발견
19세기 여성의 성장통 사실 묘사
타임지 선정 100대 소설 중 하나
그레타 거윅 감독 영화로 재탄생


▲ ① 작은 아씨들 1868년 초판본 ② 초판본 복각판 ③ 출판사 아르테의 표지 디자인 ④ 출판사 월북의 클래식 시리즈.


코로나19 사태로 출판계와 문학계도 어둡다.봄철을 맞아 진행하려던 공공도서관 행사는 물론 작가 강연이나 북콘서트,신간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들이 막혔다.온라인 서점과 출판사들도 작가와의 만남 등 행사를 취소하면서 영화 개봉을 미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간 출간을 연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이 때문에 국내 소설가들의 기대작이나 신간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그 틈새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들은 세계 고전 명작들이다.학창시절 읽었던 고전들이 최근 다양한 이유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서점가를 다시 점령하고 있다.최근 다시 인기도서로 떠오른 고전 명작 속 명문구를 통해 고전 명작을 재발견해 보자.


그레타 거윅 감독 연출의 영화를 통해 다시 태어난 ‘작은 아씨들’이 2030 여성들의 소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자전적 소설 ‘작은 아씨들’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소설 중 하나다.

1868년 출판 당시부터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미국 소설 최초로 아동 명작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이 책을 놓고 여성 서사의 관점에서의 ‘다시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번역본과 표지 디자인,책 구성 등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물론 모녀가 함께 읽으며 독서토론을 벌였다는 정겨운 감상평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결혼관,자녀교육,페미니즘,미국사,출판계 등 다양한 사회학적 시선에서 읽어봐도 재밌다.

“유년시절이 끝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10대 시절 처음 만난 메그와 조,베스와 에이미를 스크린에서 재회한 독자들은 그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책 속에서 네 자매를 다시 찾는다.

▲ 영화 작은 아씨들의 한 장면

네 자매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에 동화책이나 만화책으로 이들을 만났던 독자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두꺼운 양장판과 영어원문,다양한 번역본으로 네 자매와 조우하고 있다.사회생활에 한참 지쳐있는 나이가 된 독자들은 “유년시절이 끝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조의 대사에 함께 눈물을 글썽일 수 밖에 없다.

연애나 결혼,직업에 대한 고민 없이 매일같이 꺄르르 웃어대고,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던 유년에 대한 향수는 시대나 국가와 무관하게 ‘다 큰 어른’ 심장 한 구석을 관통한다.단순한 연애나 결혼 이야기를 그리는 ‘남편 찾기’가 아니라 남녀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던 19세기 주체적인 삶을 갈망했던 당시 여성들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그렸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은 실제로 평생 결혼하지 않고 글쓰기에 전념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어떤 천성은 억누르기에는 너무 고결하단다”

다시 읽기를 통한 캐릭터의 재발견도 SNS 감상평의 주를 이룬다.특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네 자매를 구김살 없이 키우는 어머니 ‘마치 부인’의 명대사들이 화제다.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네 자매를 키우면서도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여성으로 묘사된 캐릭터다.

자신의 작품을 태운 막내 에이미에게 화를 낸 후 자책하는 둘째 조에게 마치부인은 “나도 매일 같이 화가 나지만 다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상냥하게 말한다.마냥 자애롭게만 보이던 마치부인이 이 부드러운 말은 역설적으로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얼마나 단단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그러면서 “너는 엄마와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어떤 천성은 그저 누르기에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에는 높기 때문이지”라는 위로를 덧붙이며 조와 독자들을 함께 어루만진다.첫째 메그처럼 두 자녀를 낳고 매일매일 ‘육아의 시험’에 들며 인내심을 길러야 하는 초보 엄마,초보아빠들은 물론 엄마에게 따뜻한 말을 듣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뭉클해진다.

메 그,조,베 스,에이미 …

고전명작이 새롭게 떠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작은 아씨들’도 지난 달 영화 국내개봉 이후 출판사마다 다른 표지로 출간,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스토리,윌북,알에이치코리아,아르테 등의 출판사들이 새로 단장해 내놨다.서로 다른 표지 디자인은 물론 번역들도 다른만큼 비교해 읽는 것도 흥미롭다.‘알에이치코리아’의 1896년 오리지널 커버 패브릭 양장판 표지 디자인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의 책’을 그대로 재현,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다른 출판사의 책들도 감성을 자극하는 색감 넘치는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윌북이 출간한 버전의 경우 번역체를 정비한 모습이 눈에 띈다.남성의 표현 중 “∼했소”같은 표현들을 “했어요”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평등한 느낌이 들도록 바꾼 것이다.어느 버전이 되었든 마음에 드는 한 권을 골라 ‘작은 아씨들’중 자신의 성격과 가장 닮은 자매는 누구인지 골라보자.참고로 기자는 아무래도 ‘조’와 ‘에이미’의 성질이 반반 섞여있는 듯 하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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