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소설가 김유정문학촌장

▲ 이순원 소설가 김유정문학촌장
▲ 이순원 소설가 김유정문학촌장

김유정 선생님.

제 소개를 먼저 올리겠습니다.저는 선생님보다 50년 늦게 같은 강원도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지금은 선생님의 문학정신과 작품을 기리고 선양하는 ‘김유정문학촌’의 촌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원도의 후배 소설가 이순원입니다.

지난 29일은 선생님께서 <봄·봄>,<동백꽃>,<소낙비>,<산골 나그네>와 같은 우리 한국문학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스물아홉 살의 너무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8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애초엔 이곳 문학촌에 있는 동상 앞에서 선생님의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문화예술인과 실레마을 주민이 함께 추모제를 올리려고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조심스러워 공식적인 추모제를 취소하고,문학촌 직원과 춘천에서 활동하는 후배 소설가 몇 명만 멀찍이 거리를 두고 참석해 선생님 영전에 선생님의 소설 속 표현 그대로 ‘알싸하고 향깃한 냄새에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한’ 노란 동백꽃을 헌화했습니다.이곳 선생님의 문학촌은 연간 100만 명이 찾아오는 한국문학의 명소이자 성소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83주기에 저는 이곳 문학촌장으로 선생님께 다짐합니다.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선양하는 김유정문학촌을 강원도 최초로 공립문학관으로 등록하고,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미래 문학관으로 준비해나가겠습니다.선생님 작품에 대한 수백 편의 석·박사논문뿐 아니라 학문적 연구 성과물을 이곳 문학촌에 한데 모아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이름으로 시상하는 ‘김유정문학상’을 살아생전 선생님의 모습과 같은 이 땅의 청년작가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고 가장 흠모하는 최고의 문학상이 되도록 선정과 운영에도 최고의 공정성을 기하고, 새로 제정하는 ‘김유정학술상’ 역시 우리나라 최고 문학학술상이 되도록 김유정학회와 함께 힘쓰겠습니다.

김유정 선생님.이곳엔 선생님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만이 아니라 김유정역이 있고,김유정우체국이 있고,농협 김유정지점이 있습니다.마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선생님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을 딴 상호들이어서 가히 김유정마을 그 자체입니다.우리 문학촌의 주소도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입니다.

세계에는 사람 이름을 딴 지명들이 많습니다.미국의 워싱턴,영국의 빅토리아,캐나다의 밴쿠버 같은 도시가 있고,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부터 자랑스럽게 그 이름을 써오고 있는 알렉산드리아가 있습니다.사람 이름을 딴 도시와 마을의 특징은 그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자기의 터전과 태생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를 준다는 것입니다.저는 이것이야말로 김유정 선생님의 이름으로 이루어내는 또 하나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코로나바이러스도 가라앉고 김유정문학촌을 찾는 발길도 나날이 늘어날 것입니다.올해 추모제는 취소되었지만,제가 문학촌의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선생님도 손님처럼 오셔서 이곳을 한 번 둘러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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