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동부지방산림청장

▲ 이상익 동부지방산림청장
▲ 이상익 동부지방산림청장
뿌연 미세먼지 가득한 도시,검은색 아스팔트와 회색 빌딩숲을 아이와 엄마가 빠르게 통과한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다른 곳은 푸르고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는 숲.마스크를 써 답답하고 나쁜 공기로 눈이 따가웠던 것도 잠시,이내 맑은 공기와 바람이 이 모든 걸 시원하게 날려버린다.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마법 같은 순간이다.도심 가까운 곳에 숲이 없다면 가능할까?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도시 숲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도심이 분지형태로 바람이 약하고 온도 역전이 일어나 대기 환경이 나쁜 도시다.도시를 U자 모양으로 감싸는 외곽 산림의 찬 공기를 저지대의 중심 시가지로 유도하기 위한 도시 숲을 조성,숲과 수목의 필터링 역할로 대기환경 개선 효과를 거뒀다.미세먼지 고농도일수가 2014년 10회에서 2017년 3회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도시 숲은 전체 토지 면적의 9.3%를 차지하고,약 110만 그루의 나무는 대기오염을 34.8% 제거해준다.연간 주거지의 에너지 비용 약 690만달러를 줄여주고,이로 인한 공익적 보상가치는 17억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산림청과 지자체에서 미세먼지 감소와 품격있는 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도시민 1인당 생활권 내 도시숲 면적(9㎡)을 상회한 10.07㎡의 결과를 만들어냈다.하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베를린 27.9㎡,런던 27㎡,뉴욕 23㎡,파리 13㎡인데 서울은 5.3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도시 숲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목표로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도시 내외곽 도시 숲 기능을 강화하고,분산된 도시숲을 연결하는 도시 ‘그린 인프라’를 구축한다.특히 산업단지와 발전소 등에 생활권 숲을 대폭 확충해 미세먼지 저감과 조기 분산이 이뤄지도록 대규모 도시 숲도 조성한다.

과연 숲에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기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도시 숲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걸까?첫째,미세먼지를 줄여주고 공기를 정화한다.나무 1그루는 성인 7명이 연간 필요한 산소량 1.8t을 방출하고,에스프레소 1잔 양에 해당하는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한다.둘째,도심 열섬현상(도심 중심부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은 현상)을 완화해준다.한여름 폭염에서 도시 숲 기온이 바깥보다 최대 3도 낮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었다.끝으로 심리적 안정을 준다.빼곡한 건물에서 긴장된 생활을 하다 숲에 들어가면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도시숲이 가장 많은 지역 사람의 우울증상 위험도가 도시숲이 가장 적은 지역 사람보다 평균 18.7% 낮게 나타난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도시 숲의 숨겨진 비밀을 다들 알아차렸을 것이다.집안 공기청정기와는 비교불가한 거대한 ‘천연 공기청정기’라는 사실을.미세먼지 증가와 대기오염·폭염으로 인한 도시열섬현상 등 문제 해결에 ‘천연 공기청정기’가 핵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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