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속초해양경찰서장

▲ 이재현 속초해양경찰서장
▲ 이재현 속초해양경찰서장

44번 국도를 굽이굽이 돌아 설악산 끝자락 미시령을 넘어서는 순간 구름 위에 있는 듯 깎아놓은 절벽 아래 수평선과 드넓은 바다가 내게 다가온다.동해바다.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비로움 위에 젊은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로마신화 속 넵투누스(Neptune)의 후예가 되어가고,바다를 무대로 감성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설악산 너머 걸린 해가 아쉽기만 한 곳.

시시각각 파도의 높이와 주기가 달라 사계절 내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야 말로 삶의 안식처,서핑의 성지 아닐까?동해바다는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극한의 한계를 맛보기 위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서핑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각자의 사연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과거 한적했던 양양 죽도와 기사문 해변은 2009년을 기점으로 서핑업체가 생겨나 이제 약 7만여명의 서핑객이 드나드는 핫플레이스가 됐다.일년내내 라틴풍 음악선율이 흐르는 어느 유럽의 한 도시 같은 느낌으로 변해가고 있다.

강원 북부 동해안을 지키는 수장으로서 자연과 바다,사람이 공존하는 청정 해양산업의 또 다른 발전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반갑다.다만 매력적인 파도에 빠져 자칫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그에 맞는 안전의식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눈으로 보거나 생각하는 것과 달리 파도는 아름답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라이딩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지난 여름 한 서퍼는 강한 파도에 휩쓸려 경추가 손상됐고,갑작스런 너울성 파도에 외해로 떠밀려 조난되는 등 동해안 서핑사고가 점차 늘고 있다.안전은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어야만 하고 원칙이 지켜졌을 때 비로소 푸른 동해바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그런 바람으로 서핑의 3가지 안전수칙을 전해 본다.

우선 체온을 지켜주고 외상을 방지해 주는 슈트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계절별 수온에 따라 슈트 두께를 맞춰 입으면 체온보호에 훨씬 효과적이고,부력효과가 있어 체력감소를 한층 지연시킬 수 있다.또 서핑 전 충분한 휴식과 준비운동으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사전 준비 없는 갑작스러운 행동은 체온조절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칫 근육경련과 심장마비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마지막으로 내 생명을 맡기는 단 하나의 장비,서핑보드와 보드리쉬를 사전점검해야 한다.바다는 늘 그래왔듯 가슴뛰는 즐거움뿐 아니라 때론 아픔과 상처도 줄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자.아날로그 감성에 맞는 해양 안전의식은 푸른 바다에서의 뜨거운 감성을 더할 수 있는 필수 조건임을 명심하면서 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의 계절,그대의 몸을 동해바다에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