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강원도 녹색국장

▲ 이만희 강원도 녹색국장
▲ 이만희 강원도 녹색국장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 속에 나오는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라는 표현처럼, 춘천의 진산(鎭山) 봉의산에도 노란 동백꽃이 피었다.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은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궁금해서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보기 때문에,‘보다’의 명사형 ‘봄’이 계절을 가르치는 말로 자리잡았다는 말씀을 하셨다.진위를 떠나 세월이 가도 다른건 다 잊었는데 이 말씀만 생각나는걸 보면 어른의 말씀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세월이 갈수록 더 깊게 다가오는 듯 하다.

하지만 강원도 산림을 보전·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보니 이 찬란한 봄이 여느 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지난해 4월 4∼6일 속초·고성을 비롯한 5개 시·군에서 산불이 동시발생,2832㏊의 귀중한 산림이 잿더미가 됐고,귀중한 인명 피해와 함께 주택 553동,농업시설 182곳 등이 소실됐다.수십년 가꾸고 키워온 산림과 소중한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강원도는 산불을 진화하는 즉시 비상대책을 수립,산지사방사업과 사방댐 건설 산지 피해복구와 산림 피해지역 벌채를 완료했고 조림사업은 진행중이다.아직도 피해지역 흔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지만 검게 탄 그곳에도 봄의 생명력은 피어나고 있다.산불에 그을리고 타버린 피해목을 벌채하면서 심었던 나무들도 잎을 피우고,숯덩이 속에서도 새싹이 돋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우리 사회 전반을 억누르고 있지만 산과 들에 다시 꿈과 희망을 심을 때가 왔다.강원도는 4월말까지 산불피해지를 비롯한 산지 3513㏊에 사업비 344억원을 투자,각종 나무심기를 집중 실시할 계획이다.특히 올해는 도민 생활권을 중심으로 추진,가능하면 인근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매년 도민들의 큰 관심과 참여 속에 진행됐던 나무 나눠주기 행사는 코로나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가능하고 대자연속에서 비교적 건강하게 진행할 수 있는 나무심기는 희망 시·군 산림부서에 장소를 안내받아 도민들이 참여토록 진행할 예정이다.봄이 전해주는 생명의 기운과 푸르름을 심는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위안받았으면 좋겠다.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가꿔야 한다.최근 10년간 산불발생 원인을 보면 입산자 실화가 47%,산이나 논·밭두렁을 태우는 소각이 21%를 차지한다.조심하고 경계하면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무심기와 아울러 도민들께 산에 갈 때는 절대로 성냥,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갖고가지 말 것과 산림 연접 100m 이내에서는 농산폐기물을 태우지 말 것을 당부드린다.이 두가지만 실천해도 산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또 하나,산불 진화현장의 갖은 위험 속에서 땀흘리는 산불진화대원,내 고장 산불예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는 빨간 모자,빨간 깃발에 성원을 부탁드린다.유난히 건조한 올봄,생강나무가 전하는 초봄의 풍치와 소설 동백꽃 속의 주인공이 느꼈을 정취를,사랑하는 우리 자녀들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희망과 미래를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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