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은 일상적인 것은 물론 소박하기까지 해서 쇼킹했다.근데 구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의 예상치못한 환호였다.직장인들은 매일 야근하고 아이들은 늦은 밤까지 사교육에 고군분투하고…치열한 현실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그 슬로건이 눈물겹도록 위로가 되었던 것이다.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해주고 나를 위한 투자도 가능하게 해주는,즉 그렇게 바라던 참의미의 ‘저녁이 있는 삶’을 코로나가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 현실이 달갑지만은 않다.일상이 정지된 한가함은 시간을 방치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갖게 하기도하고 무력함에 빠지게도 한다.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조바심내도록 길러졌기 때문이다.

책 라틴어수업은 ‘삶이란 내 안의 메리툼(장점)과 데펙투스(단점)를 묻고 선택하는 과정이다’라고 정의 내리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타인과의 관계 멈춤은 오롯이 나에 집중하여 내 장점을 찾아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이다.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본성에 맞게 자기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철학자들은 자기본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많은 경험을 권하면서 홀로의 시간과 사교적 시간을 차례대로 가질 것을 추천한다.일부로라도 가져야하는 홀로의 시간이니 코로나가 준 귀한 기회는 잘만 활용하면 성장의 발판이다.

집중이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신념에 유명인들 또한 ‘고독’을 활용한다.빌게이츠는 일년에 두차례 홀로 외딴 섬에 들어가 새사업구상을 하였는데 그는 이 기간을 ‘생각주간’이라 명명했다.실제로 이 생각주간이 지나면 그의 회사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해진다.홀로의 시간들이 변화와 창조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은 증가하는데 코로나는 진전없으니 걱정이다.여전히 일상은 멈추었고 우리는 견뎌내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다.고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격려의 일환이다.지금의 저녁이 있는 삶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우리들에게는 선물같은 시간일 수 있다.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현자의 능력이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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