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덜 떨어진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팔불출(八不出)이라고 부른다.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만에 태어난 팔삭 동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팔불용(八不用),팔불취(八不取)이니 하기도 하는데 끌어다 쓰는데 뭔가 2% 부족하다는 얘기다.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불출(不出)의 사전적 의미이지만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 된 것이다.

자식 자랑을 줄줄이 늘어놓거나 은근슬쩍 아내자랑을 하는 사람을 면박 줄 때 동원되는 말이기도 하다.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계집 덕 보자는 놈은 불출 중에서도 상불출”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듣기 민망한 것은 셀프자랑이 아닐까.입이 근질근질해 못 참고 뱉어내는 것으로 병으로 치자면 고질병이다.정작 자신은 그게 병인지 모른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중국 송나라의 시인이자 학자 소옹(邵雍)은 사불출(四不出)을 거론하고 있다.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면 응당 다음 네 가지의 경우 바깥출입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큰 추위에는 문밖에 나서지 않고(大寒不出),큰 더위에도 외출을 삼가고(大暑不出),큰 바람에도 집을 나가지 않으며(大風不出),큰 비가 오면 집에 머무른다(大雨不出)라는 말이다.

앞의 팔불출 이야기가 말이 헤픈 걸 경계하는 것이라면,뒤의 사불출 이야기는 몸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되는 이치를 말한다.사람이 몸가짐을 공경히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내 일신을 지키는 일이지만,동시에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봤다.부모로부터 받은 몸에서 터럭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하는 자식의 도리이므로,위험한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느 때 같으면 봄나들이가 한창일 4월이다.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낯선 봄과 대면한다.사태가 팬데믹(대유행)에 접어들면서 가급적이면 바깥출입을 삼가는 게 안전수칙 제1호가 됐다.격리 대상자 중 무단 이탈자가 생겨 걱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역병이 돌 때는 밖에 나가지 않고 역불출(疫不出)하는 게 자신과 공공의 안녕을 지키는 일이다.

김상수 논설실장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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