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 겪는 지역예술인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
“위로로 기적이 만들어지길”

복사꽃 눈발처럼 날리는 봄밤

달빛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할아버지

이 세상 어디에 무릉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만히 지팡이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네


-철가방 프로젝트 노래
이외수 작사 ‘춘천에 걸린 달’ 중


코로나19로 비일상이 일상이 된 요즘이다.길가에 활짝 핀 꽃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한다.얼마 전 만난 한 지역 음악인으로부터 “이번 달 소득이 정말 0원이에요”라는 얘기를 들었다.예술인들 힘들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돈을 전혀 벌지 못했다’는 담담한 목소리를 들으니 충격이었다.그는 이외수 작가가 주창한 말을 빌려 “‘존버’ 해야죠”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타계 10주기를 맞이한 베이시스트 이남이가 춘천에서 조직한 ‘철가방 프로젝트’의 노래를 가끔 듣는다.깔끔하지 않고 조악한 사운드인데도 왠지 모르게 자꾸 찾게된다.공지천의 안개 속에서 청춘과 방황을 노래한 이들의 음악에는 감정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전속 작사가로 활동했던 이외수 작가가 쓴 가사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평화에서 ‘울고 싶어라’를 히트시켰고 신중현과 엽전들에서 활동한 이남이의 경력을 놓고 보더라도 철가방 프로젝트의 음악은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유산으로 남아있다.이남이가 춘천에 뿌린 예술의 씨앗은 그의 딸 이단비(아이보리코스트 멤버)를 비롯해 모던다락방의 정병걸,엄태환 기타리스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또 그들의 음악을 살펴보면 춘천에 대한 노래는 ‘춘천가는 기차’ 뿐 아니라 ‘안개중독자’ 등 여럿이다.

뜬금없이 이남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어느때보다 힘든,우리 주변 예술가들에게 눈길을 돌려보자는 취지다.예술가는 원래 가난하다고 누가 그랬나.맨 땅,그것도 지역의 척박한 환경에서 예술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4월은 처음부터 잔인했을지도 모른다.

20세기 팝음악의 거장 비틀스는 2차 세계대전 후 가난한 도시로 전락한 영국 리버풀에서 음악을 시작했고,브릿팝의 전성시대를 연 오아시스도 맨체스터의 가난한 노동자 출신이다.한 지역의 보이지 않는 지하실,방구석의 어느 끝자락에서 음악을 시작해 가장 세계적이고 대중적 울림으로 퍼진 사례다.국내 최고의 사이키델릭 록 그룹 국카스텐도 기타리스트 전규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횡성의 펜션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음악적 역량을 쌓았다.

그들의 성장 뒤에는 분명 예술을 사랑하는 지역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우리 지역 예술인 음악이 음원 1위가 아니면 어떤가.베스트셀러가 아니면 또 어떤가.오히려 일상에서 친근하게 자주 만날 수 있는 지역 예술인들을 먼저 알아봐주고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그런 작은 위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예술적 성취로 이어지는 기적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병상에 누워있는 이외수 작가는 유독 개나리를 좋아했다고 한다.개나리가 지기 전 그가 쾌유하기를 기원하며 견디기 힘든 봄을 맞이한 강원도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복사꽃 날리는 봄밤의 노래를 전해본다. 김진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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