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족] 노총각 노처녀 해외로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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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37) 김지숙씨(34) 부부가 추석을 맞아 제수용품 준비를 위해 딸 다혜와 함께 장을 보고 있다. 박지영
 춘천 퇴계동 10여평짜리 원룸서 살고 있는 커리어우먼 박모씨(32).
언제부턴가 그녀의 나이가 30대에 접어들면서 가족들은 추석에 모이기만 하면 한마디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만나는 사람은 없냐?' '나이도 찼는데 시집도 안 가고 뭐 하냐?' 등 교통체증을 뚫고 힘들게 내려가면 돌아오는 것은 스트레스뿐이었다.
 그녀는 추석연휴가 되면 바로 해외로 뜰 작정이다. 더구나 올 추석은 주5일제에 주말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황금휴가로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영국과 프랑스 2곳을 돌며 배낭여행을 즐길 계획이다. 물론 '철저한 싱글'로 혼자 간다.

[분담족] 장보기서 설거지까지 '부부 함께'

 춘천시 신북읍에 거주하는 정재은(37)·김지숙씨(34) 부부는 추석을 앞두고 제수 용품을 고르기 위해 딸 다혜(6)와 함께 장을 보며 들떠있다.
 춘천 소양강댐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추석이 되면 차례상 음식 장보기, 요리, 설거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다. 남편 정씨는 춘천여성민우회원인 부인 김씨의 권유로 '명절 때 설거지에 동참한다'는 서약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명절만 되면 고생하는 아내가 안스러워 주방일을 나누기로 작정했다. 지숙씨는 이런 남편의 모습에 명절에도 웃을 수 있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떠돌이족] 청년실업자 도서관 영화관 전전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7·강릉시 교동)는 취직하지 못한 죄(?)로 추석을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
추석연휴가 되면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극장에 가거나 종일 도서관에 파묻혀 지낸다. 연휴에 돌아다닌다고 가족들에게 핀잔을 듣지만 그보다 더 듣기 싫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하나 둘 친척들이 모이다보니 모두 김씨에게 걱정된다는 듯이 '요즘 취직하기 어렵지'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좋은 자리가 있을거야' 등의 인사말을 건넨다. 김씨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지은 사람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얼굴을 붉히기가 일쑤다.

[맞춤족] 인터넷 '클릭' 차례상 준비 OK

 손이 많이 가는 추석 차례상을 대행업체에 맡기고 여가를 즐기려는 주부도 눈에 많이 띈다.
 중학교 교사인 주부 김모씨(38·춘천시 석사동)는 클릭 몇번으로 올 추석 차례상을 모두 차렸다. 차례상 준비를 완벽하게 해주는 대행업체에 21만5천원짜리 맞춤차례상을 주문한 것.
 "명절은 주부들의 수난시기예요. 일일이 제수용품 고르는 것도 일이지만, 완전히 상을 차리기까지 과정은 웬만한 노동보다 힘든 일이라구요."
 이런 까닭에 2년 전부터 추석차례상을 인터넷 주문으로 해결하고 있다. 맞춤차례상은 북어, 약과, 과줄 뿐만 아니라 차례에 쓸 향과 초까지 상자에 담아 추석날 바로 배달 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례를 지낼 수 있다.
 대행업과 사이버 차례문화가 새 풍속으로 등장하면서 기성세대와 민속학자들은 조상들의 숨결과 문화가 사라질까 걱정하고 있지만 이같은 현상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이보다 더욱 간결하고 실용적으로 변할 것은 틀림없다.
 박지영 jy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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