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수 <영서본부 취재부국장>

 원주는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도(全圖)를 펴놓고 보면 원주의 지리적 중심성은 명료해진다.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없이 한반도의 무게중심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원주하면 '이것'하고 특별히 내세울만한게 얼른 떠오르지 않는 인구 30만을 눈 앞에 둔 고만고만한 자치단체 가운데 하나다. 시비를 삼자면 반론이 없지않겠으나 보통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다. 구태여 꼽자면 아직 원주시민들 조차 덤으로 봐야할지, 짐으로 쳐야될지 손익계산이 끝나지않은 것으로 비쳐지는 군도(軍都)라는 점 정도일까. 그런 원주가 사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이 실존은 분명한 덤이자, 독점적 브랜드다.
 이 엄청난 사실은 도용할 수도 흉내낼 수도 시비삼을 수도 없는 확실한 자산이다. 지리적 중심부에 대한 자각이나 성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명료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부인하기 어렵다.
 원주시가 각종시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부권의 중심도시라는 '중심'의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너무 일반적이고 원주의 정체성으로 구체화, 현실화하는 천착이 부족해 보인다.
 어느 전임시장은 재임당시 '국토의 배꼽'으로 원주의 중심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소위 '배꼽론'이다. 국토의 배꼽이라, 원주의 중심성을 이보다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한 때 시정의 최고책임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것으로 만족했던 것 같다.
 이토록 절묘한 카피와 상징성을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의외다. 이런 원주가 최근 몰라보게 달라지고있다.
 부지불식간에 인구가 늘고 도시구역과 공단이 확장되고 있으며 마침내 지도를 바꿔가고있다. 자치단체마다 인구가 줄고 산업이 무너진다고 난리법석이고, 각종 유인책을 내걸고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있는 판국이다. 이를테면 줄줄이 죽을 쑤는 판인데 원주는 단 한 달도 거르지않고 인구가 늘고있다.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반증일게다.
 원주는 이미 적어도 인구면에서는 각축하던 춘천, 강릉을 따돌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등록상인구가 28만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실제상주인구는 이미 30만명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의 추산이다. 그리하여 '30만 원주, 50만 지향'이 원주시장의 각종 축사 격려사 인사말의 키워드가 됐다.
 저마다 설정한 인구마지노선 사수를 외치는 인근 자치단체에서 들으면 복장 터지는 소리지만 오히려 전략목표로 설정한 50만도시에 대해 더이상 볼륨을 키우는 것이 과연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부합되는 것이냐는 반론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이며, 또 한번 '가난한 이웃'들의 기를 꺾어놓는 언사이며 논리인가. 원주는 도내 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해왔으며, 여전히 그 이름값에 손색이 없다. 일찌감치 미래의 성장엔진으로 의료기기분야를 선정, 연세대와 연계한 산학의 틀속에서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안착시켜가고있다.
 도내 의료기기산업은 이미 수출부문에서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시멘트산업을 밀어내고 지난해부터 1위의 자리에 올랐다. 원주의 의료기기산업은 전국적으로도 대표적인 관학협력의 모델케이스로 꼽힌다. 그렇다면 원주는 탄탄대로를 달리는 일만 남았는가.
 눈을 안으로 돌려보면 여기저기 걱정과 우려의 소리도 만만치않게 튀어나온다. 원주의 지리적입지와 여건이 탁월하고, 이때문에 여러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나 단지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는것 아닌가하는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각각의 우호적여건을 조율하고 네트워킹하는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사회의 정신적 구심력의 해체와 총체적 지도력의 부재를 우려하는 소리도 터져 나오고있다.
 행정과 의회는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동력의 원천이 돼야하고 공동체의 운명을 조타할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을 져야한다.
 최근 원주시 삶의 질 중간용역결과 행정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그동안 행정과 의회가 반목하고 소모적으로 대립한 날이 많다는 쓴소리를 들어 온 터에 당연한 귀결이다.
 시청주변의 담론은 변화를 수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돌출되는 화두마다 과거회귀적이고, 퇴행적인 냄새가 풍긴다. 또 행정은 시민을 향해 열려있거나 미래를 향해 진전한다기 보다는 내부문제로 갈등하고 쟁론하는 때가 많았다.
 이같은 환경속에서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상상력의 발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데 썩은 고목의 지엽말단을 끌어안고 있지는 않은 지, 남들이 내다버린 화두를 끌어안고 괜한 고집과 고행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한다.
 몰라보게 훌쩍 커가는 몸집에 걸맞는 안목과 내적역량을 키워가야한다는 당위에 대한 원주시의 인식과 자각에 각별함이 있길 원망(願望)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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