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종 덕 삼척주재 취재국장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들녘에는 수확하는 모습과 먼산의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을 알려주고 있다. 추석연휴기간 불어닥친 불청객 태풍 매미가 동해안 지역을 강타한지 한 달이 됐다. 지난 한달동안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과 군장병들의 정성으로 수해지역은 응급복구를 마치고 항구복구만을 남겨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복구공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채 추진되어 한 자락의 단춧구멍을 찾지 못한 채 삐뚤어진 복구가 예견되어온 탁상행정의 표본이 돼버렸다.
 수해복구공사 발주단계를 보면 국가를 당사자로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6조1항1호에 의해 지자체장이 지방업체로 한정하고 8월31일 이전 상주한 업체에 공사를 수의계약했다.
 그 후에 이전된 업체 등을 구분하여 전자입찰을 실시, 지역업체에 평균 3개씩의 공사가 발주됐다. 그러나 영동지역 전체가 수해를 입어 자재, 인력, 차량 및 레미콘 등을 수급받기 어려워지자 자재비 인건비 레미콘 값 등이 평균 20여%가 올라 낙찰업체들은 낙찰가격을 맞추기조차 어렵게됐다. 또 올해는 유난히 자주 내린 비로 공기(工期)가 촉박, 부실공사는 사전에 예고되고 있었다.
 삼척지역의 경우 31개업체에서 93개 현장을 고루 배분받는 1차 입찰을 마치고 총 749건의 공사가 발주되고 겨우 4개 감리회사가 이를 감리해야하는 무리함이 뒤따랐다.
 발주처에서도 어쩔수 없이 지역 업체에게 수의계약을 했으며 토목전문공무원 5명과 읍면동의 토목직이 공사현장을 감독해야하는 무리수가 따랐다.
 심지어 일부 업체에서는 감리단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작성하느라 2천여만원의 하청을 받은 회사에게 100여만원이상의 서류복사비를 전가시키는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하청을 받은 소회사는 원청회사에 모은 세제와 공과금 잡비 등 부금이 15~20% 거래돼 낙찰당시보다 상승한 인건비, 자재대, 차량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총공사비의 60%선에서 공사를 마쳐야하는 어려움이 따라 애초부터 튼실하고 완벽한 복구공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전문가의 지도, 감독이 없는 복구공사를 하다보니 부실은 예견되고 있었음이 태풍매미의 재피해로 입증됐다. 특히 제방공사의 경우 하상정비를 마친 뒤 시행하는것이 일반 상식이지만 하상정비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제방공사를 실시, 상류에서 유실된 토사와 자갈로 하상이 메워져 태풍 매미로 인한 수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는 지난 루사 수해 복구 현장을 거울삼아 진실로 반성하고 피해 재발방지를 위한 공사가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재정과 장비, 성실시공 실적 및 구조 등을 감안하여 투철하게 공사를 매듭지을 수 있는 견실회사에 발주하여 철저한 감독관리와 감리가 이뤄져야 한다.
 일부 업자들도 수해로 한몫 보겠다는 한탕주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수사기관에게 태풍으로 인한 수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실시공이 원천 봉쇄되도록 사전에 예방차원의 수사를 간곡히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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