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연 재 인제주재 취재부장

 인제 서화면 민통선 지역에 평화·생명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된지 벌써 4년을 맞았다.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바람만 잔뜩 불어넣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사업 추진이 도무지 감감 무소식이다.
 경기침체속에서도 '혹시나' 하고 기대에 부풀었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이번에도 또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해온 접경지역 개발계획이 현실을 앞선 막연한 계획이어서 지역주민들이 평화·생명마을 조성계획을 반신반의 했지만 계획안이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인제 서화지역 주민들은 이번만큼은 믿지않을 수 없었다.
 지난 99년 11월 24일 김진선지사와 당시 이승호 인제군수 등 단체장과 NGO관계자들은 인제군 서화면 가전리와 송노평일대 2개지구 총 47만1천평에 5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2002년까지 3개년 사업으로, 가전리일대 지뢰지역에는 지상 1m 위에 목도를 설치하여 자연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고 이 일대에 매설돼 있는 지뢰를 확인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송노평 지구에는 조그마한 박물관도 건설, 전적기념자료와 홀로그래피로 된 영상도 관람할 수 있으며 토종 유전자 보존 등 미래를 염두에 둔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과거의 전철을 피해 평화·생명마을 조성과정에 관주도가 아닌 민간단체 고유의 영역이 존중됐다는 점도 새롭게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NGO의 역할에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와함께 추진위원은 1인당 200달러, 조직위원은 100달러씩의 회비를 받아 참여와 협력의 원칙을 지켜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 추진위원과 조직위원들이 누가 얼마의 회비를 내고 현재까지 얼마만큼의 회비가 적립돼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도는 평화·생명마을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진입로 정비에 나서는 한편 정부에 국비지원을 요청, 개발일정을 앞당기는데 주력하기로 했으나 강원도가 지금껏 이 부분에 대한 약속 중 이행되고 있는 부분은 진입로 정비 한가지 뿐이다.
 평화·생명마을 진입 주도로인 453지방도에 대한 선형개량공사를 지난 2001년부터 시행하고 있을 뿐 국비지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평화·생명마을 조성의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인 국방부와의 협조가 난관에 부딪치면서 당초의 추진 목적이 빛이 바래지고 있다.
 주민들은 닭쫓는 개가 지붕쳐다보는 것처럼 말의 성찬에 할말을 잃고 있다.
 이렇듯 인제 평화·생명마을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접 양구군이 최근 해안면에서 평화·생명위령제를 개최하였다.
 또한 정전 50주년을 맞아 전몰 군경을 위로하고 세계평화를 다짐하는 '평화생명위령제'가 철원·화천·양구 등 접경지역에서 열렸지만 같은 접경지역이면서도 DMZ평화·생명마을의 시대적 의미를 먼저 부각시켜 온 인제군이 배제되었다는데 대해 의아심을 금할 길이 없다.
 인제군은 최근 평화·생명마을 조성사업을 한발짝 물러 당초 민통선 이북가전리·송노평지구에서 민통선 이남인 서화리지구로 장소를 변경하고 규모도 대폭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 협조 및 구체적인 재원조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넘어 산'인데다 자치단체의 확고한 의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인접 양구군의 발빠른 행보를 지켜보는 인제 서화면 주민들은 또다시 소외감과 위기의식에 빠져들고 있다. 정 연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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