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정선 광미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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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낙동광산 하부에 산더미처럼 적치된 광미. 광미에는 비소와 구리 크롬 등이 대책기준을 초과한 상태로 함유돼 있으며 카드뮴과 납 등도 검출됐다.
금·은과 아연 등 금속 광물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광미(좁쌀 크기의 미세 입자)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환경 오염물질이다. 광산 규모도 석탄광에 비해 작을 뿐만 아니라 폐해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금속광산에서 발생하는 광미와 폐광석 등의 폐해는 간단치가 않다. 채굴된 금속류에 따라 비소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원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폐금속광산에 산재한 광미의 폐해를 짚어본다.

■ 광미·금속광산 폐기물 현황

 일제 시대부터 금과 은 철 등 금속 광물의 주요 채굴지였던 정선은 수많은 금속광산이 가행과 휴·폐업을 반복하면서 광미와 폐광석을 광산 인근에 적치해 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토양과 수질에 악영향을 주는 광미와 폐광석 현황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금속광산에 대한 현황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데다 유해성 문제가 최근에야 부각됐기 때문이다.
 현재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원주환경청이 지난 99년 분석한 '폐금속광산 오염실태 정밀조사' 보고서.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현재 정선지역 금속광은 전체 218개로 이 가운데 6곳에서만 광물이 채굴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광물 채굴이 가장 활발했던 연도는 1982년으로 59곳에서 광물이 채굴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퇴조하기 시작한 금속광물 채굴은 2000년을 기점으로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광미 폐해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도 금속광산이 폐광되면서부터다.
 정선군 광산 담당자는 "석탄광에 가려 금속 및 비금속 광산의 환경오염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며 "금속광산이 폐광되면서부터 이들 광산에서 흘러드는 각종 오염물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속광산에 대한 현황 파악이 부실하듯 광미 및 폐광석 현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어림짐작으로 '그 때 그 곳에서 광산이 운영됐으니 광미와 폐광석이 방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다만 원주환경청이 99년과 2000년 조사한 '폐금속광산 오염실태'와 '낙동광산 오염실태' 분석자료에 따르면 광미와 폐광석 량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원주환경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선군 임계면 동명광업소와 세우광업소의 광산폐기물 적치량은 각각 2만8천208t과 10만4천403t으로 나타났다.
 낙동광산 광산폐기물은 1만563t.
 그러나 낙동광산 등 3곳을 제외한 정선지역 다른 금속광산의 광산폐기물적치량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정선군 광산담당자는 이에 대해 "석탄광의 경우 사회경제적 관심이 커 폐광이후 전담기관(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지정, 복구사업을 벌였으나 금속광산은 환경부서에서 담당했다"며 "예산배정 및 지원이 그 만큼 부실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최근 '폐광에 따른 광해복구사업은 광산 종류에 상관없이 사업부서를 일원화 하라'고 지적, 금속광 폐광에 따른 복구사업은 2004년부터 환경부에서 산업자원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 오염실태

 금과 은 납 아연 구리 등을 채광했던 정선군 임계면 송계5리 동명광업소는 96년 9월 광업권이 소멸됐으나 폐광에 따른 복구사업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복구사업 이전 원주환경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명광업소 인근은 광미 적치장을 중심으로 납과 비소 등 중금속에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세우광업소도 비슷한 오염수치를 나타냈다. 당시 폐금속광산 오염실태 조사자는 보고서를 통해 "동명광산의 광미와 폐석에 함유된 비소가 농경지 대책기준보다 각각 860배와 1천200배 높다"며 "광산폐기물이 유실돼 하천 또는 농경지에 유입될 경우 오염부하량이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조사자는 그러나 "우려했던 수은 카드뮴 시안 등의 농도는 기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임계면 동명광산은 올 4월 복구가 완료됐다. 문제는 정선군 남면 낙동리 '낙동광산'.
 지난 89년 폐광된 이후 복구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낙동광산 광산폐기물은 1만563t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과 은 비소 및 창연 등을 생산했던 낙동광산은 광산에서 배출되는 갱내수와 광미 등에서 용출된 배출수가 지장천으로 그대로 유입돼 수질오염은 물론 인근 농경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
 실제로 낙동광산에서 지장천 유입부에 이르는 계곡은 YELLOWBOY 현상으로 붉게 변한 것은 물론 수생 생물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광미와 폐광석에 함유된 비소가 대책 기준치의 650배를 초과, 복구사업이 시급한 실정이다.

■ 복구대책

 폐금속광산에 대한 복구사업은 석탄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한 듯 정부는 2004년부터 폐금속광산에 대한 복구사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폐금속광산 광해복구사업을 산업자원부로 일원화하고 각 지자체별로 현황을 파악, 체계적인 복구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기 때문.
 정선군은 "폐금속광산에 대한 자료를 파악, 현황을 파악한 뒤 광미와 폐광석 처리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복구사업이) 늦긴 했지만 환경오염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선/강병로 brkang@kado.net


기사입력일 : 2003-09-0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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