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광해복구 추진실태- 산림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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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폐광지 인근에 비가 온 뒤 백화 현상이 나타나 흰 물이 흐르고 있다. 태백/홍성배
 해발 650m 고원의 도시 태백은 폐광이 된지 10여년이 흘러 이제 생채기가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탄을 캐던 광산 근처에는 아직도 폐광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채 군데군데 상흔이 남아있다.
 이곳 태백뿐만 아니라 정선과 영월 삼척지역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름이면 청정 산간 계곡을 찾는 관광객들.
 가족 단위로 찾아와 개울물에 발을 담그며 도시의 찌든때를 벗겨 내려는 듯 계곡 골짜기 골짜기를 찾아 자연의 정취에 흠뻑 빠진다.
 89년 석탄산업합리화 사업 이후 14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는 강원남부 폐광지역은 천지개벽, 상전벽해라는 말들이 어울릴 정도로 검은 탄광이 도시에서 탈바꿈, 비교적 깨끗한 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폐광 이후 그동안 폐광지역의 자치단체는 저마다 탄광의 도시에서 관광의 도시로 변모하려는 애씀이 처절하기까지 했다.
 관광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도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것. 지역주민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낸다는 것은 고스란히 자치단체의 몫이됐다.
 폐광의 흔적, 지하막장, 역두저탄장을 비롯해 울창한 숲, 고원의 시원한 공기와 바람이 모두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광지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열차가 지나가거나 바람이 불면 폴폴 날리던 검은 탄가루는 아직 가행되고 있는 일부 탄광 부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광으로 변했다.
 이 모든 것은 폐광 복구에 주력한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단이 노력한 흔적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하지만 울창한 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단에서 폐광 복구비로 쏟은 기하학적인 숫자에 비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지난 90년부터 본격적인 폐광복구에 나선 석탄산업합리화 사업단은 전국의 산림복구 대상지를 582곳(면적 1천637만4천㎡)으로 설정하고 총 사업비 1천514억7천만원을 들여 복구키로 했다.
 폐광 복구 10여년동안 421개소(면적 1천152만㎡)에서 695억4천300만원을 들여 복구했다.

 특히 도내의 산림복구사업은 태백 정선의 경우 총 162개소에 사업비 742억여원 중 지난해 말까지 총 116개소에 328억2천만원을 들여 복구했다.
 오는 2012년까지 46개소 418억8천여만원을 들여 추가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삼척도 19개소에 33억1천400만원중 10개소에 13억3천800만원을 들여 복구했을 뿐 9개소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영월 평창도 55개소 231억6천700만원을 들여 복구할 계획으로 현재 28개소가 복구됐고 절반가량인 27개소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특히 도내는 전국 582개소중 절반이상인 311개소가 복구대상이나 현재 211개소만 복구됐을 뿐 100개소는 복구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들 산림 복구는 초창기 허술한 복구로 검은 무연탄이 산을 뒤덮고 있어 산림 복구라기보다는 무연탄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쌓아놓고 속성으로 자라는 가시나무를 집중으로 심어 오히려 산림황폐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나마 사유림과 도시계획구역내에는 자치단체서 산림복구를 추진, 그나마 복토를 하고 지역에 맞는 나무를 심어 비교적 잘되어 있는 형편이다.
 태백지역의 경우 지난 90년부터 우성, 흥보, 상원, 삼봉, 덕천, 경봉, 협성 등 7개탄광 17만7천㎡에 사업비 20억여원을 들여 복구했다.
 문제는 이미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된 산림복구에 대해 복구가 미흡하더라도 재복구할 수 있는 여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목적 사업으로 사업비가 투입된 곳에 시설이 미흡하다고 재투자할 수 없으며 아직 복구조차 하지 못한 곳이 많아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폐광지역에서 관광지로 변모하려는 자치단체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폐광 곳곳에 있는 미흡한 산림복구로 관광지로의 발돋움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에따라 폐광지역의 완전한 산림복구를 위해서는 사후관리 기간이 5년이 넘었으므로 이미 복구된 것이라할 지라도 원상 재복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태백시 관계자는 "산림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 때문에 폐광지역에서 관광지로 변모하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재원을 마련,미흡한 산림복구지를 재복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하천도 맑아져 관광 인프라가 구축된다"고 말했다.
 석탄산업합리화 사업단 관계자는 "국가 에너지의 원동력이 됐던 석탄이 합리화되면서 폐광, 전국에 걸쳐 산림복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일시에 다할 수는 없으며 582개 복구 대상중에는 심하게 훼손된 재복구 대상지도 포함돼 있다"며 "폐광지역의 복구를 위해 다각적인 복구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재원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으며 정부에서 보다 많은 복구 지원이 뒤따라야 폐광지 복구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폐광지역의 산림은 위장 전술에 능한 군인처럼 얼룩무늬 특수 분장을 하고 있다.
 검은 탄더미에 말라비틀어지듯 붙어있는 나무.
 탄광지역 주민들은 그렇게 숨을 쉬고 있다.
 신선한 바람을 넣어 줄 정부의 손길을 기다리며….
태백/홍성배 sbhong@kado.net


기사입력일 : 2003-11-0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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