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 수 <영서본부 취재부국장>

 프로농구 원주TG팀 '앤트완 홀'의 플레이를 관전하는 것은 특별한 재미다.
 그는 아주 독특하다. 눈여겨 그의 플레이를 관찰하다보면 어느새 그의 플레이에 빨려들게 된다. 앤트완 홀이 구사하는 플레이의 포인트는 재미다. 그가 코트에 있는동안 관중은 집중한다. 그에게는 엄청난 흡인력이 있다.
 그의 플레이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관전의 포인트가 풍부하다.그는 다양한 스팩트럼을 가진 선수다 그를 한마디로 단정하는 것은 그래서 쉽지않다. 그는 프로이면서도 프로같지 않다. 그는 분명 프로선수지만 프로냄새가 나지않는다. 엄청난 역설이다. 프로세계의 치열함을 그에게서 발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서툴고 형편없는 선수인가하면, 그렇지않다.
 2003~2004시즌 프로농구가 막바지를 향하고있다.
 원주TG팀은 6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제 여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 2연패 도전에 나서게된다. 그는 팀이 2연패의 꿈을 이루는데 없어서는 안될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 프로의 치열함이나 잘 정제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의외다. 금방이라도 '나 안해, 나 안해'하며 코트를 박차고 나갈 것만 같다. 요즘 잘 나가는 개그맨 문천식의 막무가내식 투정이 연상된다. 잘 조련된 스포츠맨의 면모보다는 개구장이 악동의 모습이 느껴진다. 그의 경기는 전력질주하지 않는다. 어느 관전자도 그가 죽을 힘을 다해 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에 목을 매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그에게서 냉혹한 프로의 세계가 느껴지지 않는것은 당연하다. 이때, 그는 다가가 툭 쳐주고 싶은 개구장이일 뿐이다.
 나의 눈에 그는 단지 농구를 즐기는 청년이다. 그런 느낌이다. 그런 그가 고비 고비마다 팀을 승리로 이끈다. 또 다시 역설이다.
 관중의 시선은 그의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그는 성큼 성큼 뛰면서 판을 읽어내는 것 같다. 그는 관중이 게임에 흥분하도록 선동하지않는다. 그러면서도 관중을 사로잡는다. 아주 특별한 힘이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적진을 향해 돌진하지 않는다. 의외의 순간,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순간적인 힘을 폭발시킨다. 예비동작이 없이 작열하는 그의 플레이는 그래서 늘 의표를 찌른다.
 그는 성큼 성큼 코트를 뛰어다닌다. 뛰어다니면서 경기를 즐긴다. 연습경기를 하듯 그의 플레이는 늘 여유로워 보인다.
 그의 동선은 직선이 아니다. 몸을 적당히 흔들고 볼을 좌우로 바운딩하며 어디론가 '돌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그만의 우회로가 있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한다. 암호를 해독해가 듯, 그는 그만의 길을 통해 골을 향해 다가가는 것 같다.
 그는 그날 그날 경기장을 관통하는 흐름을 아는 것 같다. 그 흐름을 거스르지않고 그만의 독특한 스텝으로 물결을 탄다. 보이지 않는 파도를 그는 읽어내는 것 같다. 아마도 그의 경기가 거칠게 느껴지지않는 것은 타고 난 탄력도 그러하려니와 그 흐름의 결을 거스르지 않음에 연유함이리라.
 그의 이런 플레이는 관중에게도 경기를 완상하도록 여백을 깔아준다. 그의 플레이가 갖는 진면목이다. 그의 플레이는 관중을 자극하지 않는다.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하거나 관중의 성정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부치지 않는다. 그는 그가 농구를 즐기는 만큼 관중에게도 농구를 즐기도록 해준다.
  그런 힘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74년생,신장 192.2센티미터,99킬로그램. 프로농구선수 치고 특별한 조건이 아니다.
 그런 그가 시즌 개막전 4게임의 시범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6점을 잡아냈다. 최다득점 기록이다.
 그리고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까지 그의 기록표는 대부분 항목에서 선두를 지켰다. 타고 난 점프력을 바탕으로 구사하는 덩크 슛, 3점 슛이 절묘하다.
 예술이다. 그러나 코트에서 그는 튀지않는다. 동료들과 뒤섞이며 잘 조응한다. 그는 코트에 잘 스며드는 선수다. 가끔 투정을 부리지만 그것으로 코트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다.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행운이다. 홈팀이 승수를 쌓아가는 것 못지않게 그의 플레이를 기다리는 일이 즐겁다. 그에게서 새로운 '프로의 조건'을 본다.
김 상 수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