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가요 영화 등이 주축이 된 한국의 대중문화가 지난 세기 말부터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얻는 현상을 '한류(韓流)'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옛날식으로 말해, 그는 간첩이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금강산으로 용천으로 사람과 물자가 엄청나게 건너가는 상황에서 '간첩'들 스스로가 이미 한류에 물들어 있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이젠 중국 본토뿐 아니라 대만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권 모두가 한류 열풍에 젖어 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드라마 가요 영화만이 한류가 아니라는 새로운 관점 및 가설을 세우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문화재 걸작'으로 등록하려는 우리의 움직임에 중국이 '문화 약탈'이라며 저항하고 나선 것이 그것이다. 이는 광포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자존심이 상한 중국이 마침 공격적으로 다가오는 '강릉단오'에 딴죽을 건 형국인데, 중국의 이 문화패권주의적 히스테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오늘 우리들의 새 화두다.
 문제에 접근하자면, 먼저 위기적 순간에도 체통을 유지하려는 중국이 즉각 다음과 같은 소리도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중국 '신경보'는 "단오는 여러 민족의 전통 명절로 한국의 단오절에 대한 애정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타국이 단오절 관련 축제를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신청을 하는 것에 보다 관대해지자."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도 "중국이 취해야 할 입장은 반성이지 분노가 아니다."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신경질 또는 성찰적 반응에 같이 흥분하거나 긴장하기보다 이 상황을 우리 문화 재점검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첫째, 그러므로 우리의 전통 문화가 전적으로 우리만의 형식과 내용을 온전히 담고 있는지를, '강릉단오'의 오늘의 외연 확장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따져보자. 최근 어메니티(amenity·공간 정비) 개념이 '농촌어메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관광 상품이 될 농촌의 '원 풍경(原風景) 복원'의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식의 개념 확대다. 이런 시각에서 '강릉단오'가 창포물에 머리감기, 그네, 씨름 등의 일반 단오 행사는 물론 '임영지'에 기록된 '강릉단오'만의 특징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어메니티해야 한다. 소설가 이효석 축제에 메밀밭을 조성해 놓은 평창의 어메니티 노력이 그 한 전범이다.
 둘째, '강릉단오'는 결국 브랜드화로 가야 한다. '완전히 다른 단오'라는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굳히자는 것이다. 이미 낡은 이론이지만, 세계인들이 햄버거가 아니라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를 즐겨 먹듯이 말이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굿판, 강릉의 성황, 그 설화, 농요(農謠), 가면극, 그리고 난장에 이르기까지 '강릉단오'의 서사적 화소나 구성 연출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 없으므로, 세상의 모든 '단오'가 일반명사일 때 '강릉단오'만이 고유명사임을 세계인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그 전술전략이 어떠해야 할지 고민할 때다.
 저항에 이은 중국의 성찰적 언급은 우리가 이런 일을 바로 이 때에 하도록 만든 기회로 받아들여야 옳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우리가 먼저 '강릉단오'를 진정으로 성찰해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대중문화가 한류로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듯 '강릉단오' 역시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또 하나의 한류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5년 안에 우리와 중국 사이에 역사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류(文流)에서 허브를 선점하고 '동방 르네상스'를 이뤄내고자 논리적 '역사 전쟁', 현상적 '문화 전쟁'이 마침내 터질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단오 논쟁'은 그 전초전일 따름이다.
 이광식 논설위원 misa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