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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정 좋은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고원의 본 고장 커피 맛을 마음 껏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또 해발고도 2000m가 넘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춘천 막국수의 주재료로 쓰이는 하얀 꽃 흐드러진 메밀밭을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숨이 넘어갈 듯한 그림이겠는가. 지구의 반대쪽 낯선 두 대륙의 풍물과 정서가 이렇게 극적으로 교차하는 장면이거늘,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물며 단지 꿈꿔 보는 것이 아니라 멀지 않은 장래에 목격하고, 향유하게 될 장면임에랴.
 춘천시는 최근 동내면 일대 1만6600여평의 부지에 에티오피아 커피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야 뚱딴지 같은 소리겠다. 100억원의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 '전국 제일의 커피향이 피어오르는 드라마시티 춘천'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년 3월에 착공해 연말에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드라마틱한 구상이다.
 여기에는 경기도 의정부와 파주시에 있는 에티오피아산 커피 생산공장이 옮겨 오고 커피체험장, 커피박물관, 야외공연장, 토속음식점 등이 들어서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1년 뒤에는 자연자원 외에는 보고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은 춘천관광의 새로운 명물이 하나 탄생하게 된다. 더불어 이것은 이미 춘천이 차근차근 역량을 축적해가고 있는 '문화관광'의 인프라를 한층 돋보이게 해줄 게 분명하다. 춘천의 환경이나 역사, 정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이만한 판을 벌인다는 게 신선하다.
 에티오피아의 커피 향과 춘천의 메밀꽃 밭을 이렇게 엮어내고 있는 것이 기상천외한 상상이거나 단지 기발한 착상의 소산은 아니다. 이미 양지역간에 한국전쟁으로부터 비롯된 50여년간 축적된 인연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세기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지상군을 보내 혈맹의 인연을 맺었다. 춘천은 그들이 싸웠던 전장이었고, 오늘까지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춘천의 공지천변 이디오피아의 집이 그렇고 맞은 편의 에티오피아 참전기념탑이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전후 한때 에티오피아 황제가 춘천을 찾았고 기념빙상대회가 열리는 등 활발한 교류와 기념행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양지역 간의 관계가 소원해 지는 양상을 보여왔고, 최근 그 느슨해진 관계를 복원하는 활동이 활발해지는 연장선에서 이런 저런 구상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미 지난 연초에는 춘천시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시와 자매결연식을 갖고 새로운 차원의 교류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에티오피아후원회를 비롯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한국전쟁 참전에 대한 보은 활동에 춘천시가 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중고컴퓨터를 보낸 데 이어 소방차 보내기운동을 벌이는 등 활동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말년의 참전용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 보건분야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춘천시가 이렇게 에티오피아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심화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혈맹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자 관심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와 의미가 창출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롭다.
 양지역 단체장이 이미 한 차례씩 교환방문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놓았다. 춘천시는 농업분야 지원방안을 생각한 끝에 춘천의 명물인 막국수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메밀을 생산, 수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놀라운 상상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바람 없는 호반에 갇힌 지역의 사유와 상상력의 지평을 확장시켜 놓은 결과가 될 것이다. 춘천의 에티오피아 커피 테마파크와 에티오피아의 춘천 메밀재배 사업이라는 기막힌 플랜트 교환이 바라건대 공전의 히트작이 됐으면 한다. 김상수 논설위원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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