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식 논설위원

 따지고 보면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 한두 가지겠는가만, 도내에서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여간 염려스럽지 않다. 에두르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도가 '광복 60년, 분단 60년' 그리하여 'DMZ 60년' 기념사업을 벌인다는데, 우리들 교양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대한민국 교양인으로는 지난 1945년 8월 15일에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니, '광복 60년'은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분단 60년'은 이해할 수 없다. 38선에 남북이 갈라져 1945년 8월 24일에 경원선이, 그 다음날엔 경의선 남행열차가 멈춰 서자, 이 때 이미 남북 간 통행에 불편이 따르지만, 우리 민족은 엄연히 해방된 땅에서 왕래하며 살고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이를 결단코 '분단'으로 보지 않아, 1945년 8월 15일부터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까지의 3년간을 '해방공간'이라 부른다. '해방공간'에서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논의가 지금 매우 활발하다. 역사상 '해방공간'을 그 이후의 1948년 8월 15일에서 1950년 6월 25일까지의 '분리공간'이나 해방 직전의 '식민공간'보다 더 역동적인 시기였다고 이해할 정도다. 따라서 '해방공간'은 한반도 분단 시절이 절대 아니다. 이게 이 땅에 사는 교양인들의 보편적 인식이다.
 그러므로 '분단 60년'이라는 주장은 이 분야 교양 문제에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 역사에 대한 몰이해 아니면 60에 그냥 맞춰 보자는 숫자 놀음이라는, 언어 희롱 또는 의식의 안이함이라는 등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기념사업을 한다는 내년은 '분단 57년'이 된다. '분단 60년'과 3년의 시차를 굳이 꼬집자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민족 분단의 시점을 조금이라도 뒤로 잡고 싶은 시각과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한반도 북쪽에 발해가 엄연히 존재했음에도 역사학자들이 '통일신라'라 고집하는 까닭은, 식민사관을 논외로 치면, 민족 통일의 영광된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기 때문이다. 현대사에서의 '분단'이란 결코 '통일신라'처럼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니, 뒤로 미루면 미뤘지 단 하루도 앞당겨선 안 되는 민족사적 중대사다.
 백 번 양보하여 이를 일단 접어둔다 하자. 그러나 매우 염려스러운 것은 'DMZ 60년'이란 명백한 오류가 가져올 파장이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1분에서 12분까지, 유엔과 중공과 북한이 판문점 정전협정에서 18 개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설정된 DMZ가 내년으로 52년이 되는데, 반론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60년이라 명시하며 기념사업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는가.
 단 10여 분 만에 민족사를 두 동강 낸 폭거를 개탄한 것처럼 오늘 이 얘기에 놀라 가슴이 뛴다. 또 기념사업 계획에 'DMZ는 살아 있다', 'DMZ 정신은 영원해야 한다'는데, 여기서의 DMZ 개념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이 냉전인가, 생명인가? 사라져 마땅한 냉전이 '영원해야 한다'는 것인지…. 모호하여 알 수가 없다.
 역시 교양의 문제인 것 같다. 여기서 교양이란 지식으로서의 교양이 아니다. 즉,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논의 없이, 공론 없이, 반대론과의 부딪침 없이, 행정가가 항차 취하는 무소부지 무불통지 전인적 태도, 관료의 오래된 무오류적 착각과 막무가내, 그리하여 57년과 52년을 모두 60년이라 주장하는 따위의 그냥 '밀어붙여' 식 양상과 관련된 문제라는 말이다.
 이것은 '토론 없음' 곧, 남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는 문제다. 예컨대 강원도 문화 정체성을 논하자 할 때 이미 논의가 끝난듯 말맺음 한다거나, 강원도 관광 문제를 따져 보자 할 때에 거론자의 이해 수준을 고려 않고 치지도외한다면 문제가 아니겠냐는 거다. 한 마디로 '다른 의견'을 듣지 않을 경우 'DMZ 60년' 식 고집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말비침한 자가 느낄 절망감은 어찌할 것인가.
 교양이란 무엇인가?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놓고 그 거짓과 오류를 발견하며,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 한다. 교양을 "지식 정보의 집적이 아니라 의사소통이다"고 '교양;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쓴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말한다. "이제는 교양(Bildung)이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얘기이니 부디 들어둘 바다.
 결론을 맺어 보자. 당신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므로 듣기에 겸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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