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의 네오콘 전진배치를 보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만들려는 일본을 바라보면, 새삼 그야말로 과거는 묻지 말라는 식 막가는 전후 세대들의 '네오콘'적 생각을 읽게 된다. 정말 지금 일본 내각은 네오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비롯하여 아소 다로 총무상,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 그리고 특히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말하자면 그 네오콘들이다.
 지금 이들이 일본을 우향우로 몰아가고 있다. 거대한 일본 내 보수 우파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소위 '신우익' 또는 '본류 우익'이라 분류되는 메이지 시대 국수주의에 뿌리를 둔 일파와, 또 하나 한반도 침략 선봉에 서서 명성황후를 시해했던 저 악랄한 흑룡회(黑龍會)에서 갈라져 나온 이른바 '행동 우익', 이 두 집단이 최근의 개념으로 보건대 네오콘이라 지목하여 지나치지 않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은 알다시피 성장 위주, 정체성 유지, 기회의 균등, 가족의 옹호, 점진적 개량 등을 내건 미국 사회 소수 지식인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미국에 새롭고 젊은 보수주의자들이 1973년에 진보주의자들과 맞서기 위해 정책 연구자 그룹인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했다. 레이건이 당선되고 깅리치가 공화당 의회를 석권하면서 미국 정치의 시계추가 반세기만에 오른쪽으로 기울게 되는데, 그 배경에 바로 이 헤리티지재단이 존재하고, 이로써 네오콘의 개념이 확대된다.
 부시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뒤 잠시 눈총을 받던 네오콘들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그 한 상징이다. 네오콘 언론인 찰스 클로트해머는 타임지에 '부시 독트린을 위해 만세삼창을 부르자'란 글을 기고했고, 보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에 미국방부 부장관인 '울포위츠에게 감사하자'란 요지의 칼럼을 썼다. 미국은 지금 미국주의 시대, '네오콘 만세삼창'의 즐거운 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마침 엊그제 중국은 제10기 전인대 3차 회의에서 후진타오 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을 국가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후진타오는 중국의 당·정·군을 장악하는 거대 권력으로 부상했고, 또 중국은 이 회의에서 대만에 무력 사용을 명문화한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켰다. 둥젠화 전 홍콩 행정장관을 끌어내리고 쩡인취안을 후임으로 결정하기도 했는데, 이는 중국이 홍콩을 통치할 사람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세계가 주목할 대목이다.
 한 마디로 중국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성장 위주, 정체성 유지와 같은 국가주의적 색채를 강조하는 세대교체를 완벽히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가 유색인종에 대한 적대감 내지 배타적 분위기에 젖어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 대 강국이, 미국에서뿐 아니라 이들 나라 모두가, 개념을 확대해 이해하자면, 다분히 네오콘적 분위기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국가주의'가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네오콘 사상가 프렌시스 후쿠야마는 권위적인 국가의 몰락과 시장 경제의 승리를 자축한 '역사의 종언'에서의 발언을 취소하고, 국가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역사의 종언'이란 결국 '국가의 종언'이었음에도 말이다. 이는 시장의 자유가 국가 개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장의 한계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왜 국가인가? 확대된 개념 범주 속의 이들 네오콘들은 어찌하여 아이러니컬하게도 결국 국가주의를 말하는가? 후쿠야마가 얘기했듯 이는 시장 경제와 시민사회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 없는 자본은 허구며 시장만의 분배도 실패라는 것이다. 독일의 나치와 일본의 군국주의 같은 국가주의의 역사적 만행이 아직 생생함에도 지금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이렇게 국가 존재의 강화로 돌아가는 일에 몰입 몰두하고 있다.
 '이념'에서 '시민사회'로, 다시 '민족'으로 옮겨 다니는 우리의 '국가 허무주의자'들이 주목해 마땅한 무서운 오늘의 세계 현상이다.
이광식 논설위원 misa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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