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자팔아주기 운동이 시작됐다. 생산량 15만 3천t 가운데 제때 출하 못한 강원도 감자 6만t을 농가들이 저장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때맞춰 밭에 자연저장 상태로 겨울을 나고 있는 제주도 가을감자가 출하되기 시작했다. 도내 감자 농가들이 230억원어치를 창고에서 썩여야 할 판이며, 감자농가는 패농위기다. 농협이 설 귀향 특수를 노려 2월말까지 '고랭지감자소비 촉진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겨울 한 식구가 단 한 알씩이라도 소비해 농민을 도와야할 상황이다.

문제는 연례행사라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감자, 배추는 단골이었고, 오징어 등 수산물에서 최근엔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마치 농어촌 경제유통에 구멍이 생길 때마다 '팔아주기 운동'의 임기응변식 소비촉진으로 농가를 보호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런 소비촉진으로 얼마나 경제적 효과가 있었는지는 한 번도 밝힌 일이 없다. 이 때문에 "또 팔아주긴가?"란 식상한 반응도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감자소비 촉진도 이런 단기적 대안에 불과하다면, 그 실망은 농촌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파급될 수밖에 없다.

이번 새해 첫 '감자팔아주기 운동'은 장기적 대안에 바탕을 둔 큰 틀 안에서 진행되기 바란다. '심어서 수확해 출하한다'는 늘 하던 방법으론 감자농사가 잘 될수록 농민에겐 적자이고, 소비자에겐 짐이 되는 악순환만 거듭된다. 감자를 주재로 한 가공식품, 의약품 등 다양한 상품개발, 수출 등 판로개척에 관한 연구나 대책이 나와야하며, 이에 대한 투자계획도 병행돼야한다. 남북강원도교류협력 합의에 따라 올해부터 북강원도에 씨감자 원종장 시설과 기술이 지원되게 됐다. 이는 남북강원도를 감자의 '원조道'로서 자리굳힘을 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통일시대의 식량 전략 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연구·제품개발·판매에 대한 감자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로 그런 계획의 제시가 '팔아주기운동'을 건전한 소비운동으로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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