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도 개선을 통해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행정자치부의 생각은 일종의 환상이다. 제도란 근본적으로 완전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에 가까운 방향으로 끊임 없이 수렴(收斂)하는 과정일 따름이라 보는 편이 보다 합리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자제 시행 6 년차가 되는 이 즈음에 진행되는 전면적 지자제 개선 논의는 근본적으로 지자제의 골격을 헤칠 우려가 많다는 점에서 논의의 방향 및 과정에 관해 지방적 입장을 개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단체장을 국가직화한다는 행자부의 방침에 한 술 더 떠 여야의원들이 시장 군수를 임명직으로 하자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전적으로 중앙집권적 인식에 기초하여 지금까지 유지돼 온 기본틀을 바꿔 전시대의 그것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일부 단체장의 직권 남용이나 인사권 전횡을 비롯한 지자체 운영상의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나긴 했으나, 그렇다하여 마치 쥐 잡겠다고 독을 깨거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를 태우는 식의 방식으로야 될 법한 일이라 믿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지방자치에도 개혁과 수술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행자부는 '자치제도 개선팀'을 구성하여 개선의 방향을 정할 때 지난 해 12월의 대토론회처럼 지방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마땅하다. 가령 서면경고제나 대리집행제를 양보하고 주민소환제나 주민투표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시행착오라는 자치제 운영과정의 '티'를 고치려는 선의의 취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범위 내에서 개정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지방의회제도 개선 문제 역시 지방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의 유급화 거론은 무보수 명예직으로서야 지방의원 역할을 감내하기가 어렵다는 지금까지의 여론을 수용한 바람직한 방향 선회다. 이럴 경우에도 의원 정수 감축이나 선거구제 개편과 연계한다는 식의 조건을 다는 것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함께 우리들이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어찌하여 지자제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지자체의 자기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작년 말 원주시민들의 '주민감사청구서 제출' 사건에서 보듯이 이제는 비효율적 경영을 해서는 더 이상 주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지자체의 성찰이 있을 때 지자제법 개정의 방향이 유리하게 선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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