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민심을 잡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 것임에도 지금 정치판은 혼미와 상극의 나날을 지새우고 있다. 더구나 1·4 영수회담 이후 더욱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여 국민들은 좌절감과 불안감에 잠겨 간다. 정치인들의 끝 없는 욕망 이기·정파주의에 국민적 혐오감은 짙어지고, 이러다간 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계속되는 국정 혼란에 김대중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은 성찰하여 전열을 정비하고 새해를 맞아 새 출발의 각오를 해야 마땅하다. 소아적 정쟁으로 허송세월할 때가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을 열지 못한다면 이 정권에 과연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거듭된 증시 및 코스닥 시장 폭락 등 연속적으로 터져나온 악재로 하반기에는 제2의 경제위기설이 엄습했고 이로 인해 집권 이후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 이제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이적사건으로 또 다시 정치 파고를 높였다. 이로 인해 결국 이른바 '3김(金)과 1이(李)' 사이에 벌어진 이전투구는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어떤 이념과 어떤 가치도 좌절된 민심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어찌 이러고만 있는가.

따라서 우리는 집권여당이 무엇보다 먼저 신뢰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 줄 것을 요구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내 당정쇄신론을 받아들여 측근 그룹인 동교동계를 이선으로 후퇴시키고 김중권 대표체제를 도입하는 등 지각 변동을 통한 반전을 시도한 만큼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도록 민주당은 당력을 집중시켜야 마땅하다. 그러자면 섣부른 파당적 '작전'으로 신뢰감을 잃을 것이 아니라 민심을 읽는 비전 있는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 야당 역시 파상적 대여 공세를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보여줌으로써 집권의지를 지닌 신뢰할 만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지혜를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작금의 정치 혼란이 혼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불안감으로 이어질까 겁난다. 지금까지의 정쟁이 정쟁 그 자체의 문제였다면 오늘의 정쟁은 국민적 불안감을 눈덩이처럼 증폭시켜 총체적 불안 불신 좌절로 연결될지도 모를 우려감을 낳는다. 또 이것이 경제 회생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네거티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 난국이 풀리기를 기대한다. 정치 집단 간 깊이 파인 골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새해 '한국호'는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