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군기지 이전 협상 대상 14 곳 가운데 유독 춘천에 있는 캠프페이지만 제외시킨 것은 그 이유와 명분이 어떠하든 춘천시민으로서는 결코 납득할 수 없다. 그래서 춘천시의회의 이전 촉구 논의에 뒤이어 춘천시가 직접 나서서 협상 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국방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이 균형 잡힌 시선이 아니라 편향된 관점으로 미군부대 이전 문제를 다루는 것을 즉각 중지하고 백지 상태에서 심도 있는 이전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를 요구한다.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지만 한반도 주둔 미군부대 14 곳, 그 어느 하나도 문제 없는 곳 없을 것이다. 서울 용산구청 관내 미군기지, 대구 남구청 지역내 미군기지, 그리고 기름 유출 사건을 일으킨 원주 미군부대 등 지난 해 주한 미군부대들이 일으킨 시급하고 중차대한, 그리하여 전국적 이슈가 된 사안은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비단 뉴스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난 50년 간 도심 한가운데에 미군부대가 주둔함으로써 입은 직간접적 피해가 막중한 춘천 캠프페이지의 경우 다른 어느 곳보다도 이전이 절실·절박하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이번에 국방부가 유독 춘천의 캠프페이지를 논외로 취급한 것을 우리는 이 정부가 여전히 목소리 낮은 지역의 현안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전례를 재연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캠프페이지가 수도권 어느 지역에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말이다. 납득할 만한 기준이나 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채 춘천시민들에게 승복하라 한다면 이런 무례하고 불합리한 태도가 또 어디에 있는가. 한반도 전쟁 억지력, 통일 이후 주둔의 당위 인정 등 주한미군의 정치·군사적 가치야 이미 평가 내려진 상태이고, 이제는 현실적 미군부대 이전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군사적 이유로의 이전 불가성 혹은 불가피성까지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건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 14 곳 전 지역을 동일선상에 놓고 심의·선정해야 할 것이지 어찌하여 춘천의 캠프페이지만 논외로 취급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춘천시민들의 항의는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을 무시하고 정치적 판단이나 지역세 등 힘의 논리에 의해 이전 여부가 거론되는 것 같은 오늘의 현상에 결코 납득·승복할 수 없다. 우리는 당국이 특히 생존권 차원에서 요구하는 춘천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미군부대 이전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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