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홍역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다. 이미 춘천, 원주, 홍천, 횡성, 양구에서 수십 명의 어린이 홍역환자가 발생했으며, 자녀들에게 예방접종을 시키려는 부모들이 정작 일선 보건소에 백신이 없어 발길을 되돌리는 준비성 없는 보건행정도 또 되풀이되기 시작했다. 홍역은 지난 94년 전국에서 7천800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래 한동안 뜸하다 지난해 재창궐해 도내에서만 1천231명의 환자가 발생했었다. 올 들어 광주 전남 지방에서 홍역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도내에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홍역은 올해도 그 극성이 심각할 것 같은 우려다.

다시 창궐하고 있는 홍역을 놓고 특히 걱정스러워지는 것은 강원도가 최근 수년 동안 후진국형 전염병에 너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탄 바이러스'의 병원을 발견한 유행성출혈열은 과거부터 알려졌던 병이기 때문에 차치 하더라도, 90년대 초부터 '연례 행사'가 되다시피 한 말라리아, 광견병이 번졌다하면 첫 발병처가 꼭 경기북부·강원영서북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라리아는 학질모기가 매개하는 원충(原蟲) 감염증으로 지난 92년 경기도 파주일대에서 27년만에 집단 발병한 이래 최근엔 고성지방에서도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민통선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강원도나 경기도가 이 병의 발병처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지난 93년 철원에서 7년만에 발병한 제22종 법정전염병인 광견병도 한국에서 이 병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국제수역학회 종식보고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후 이 병이 철원, 화천, 양구, 경기북부지방에서 거의 해마다 유행하고 있다.

이들 전염병이 지금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들 병이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는 후진국형의 옛날 병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받게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강원도는 '관광'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그 자원은 '자연과 청정성'이다. 그런 강원도가 홍역 창궐 지역이며, 말라리아나 광견병의 상습 발생처로 알려진다면, 당장 올 겨울 스키관광에서부터 동계올림픽 유치운동에 이르기까지 어떤 영향을 받게될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옛 전염병을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기 바란다. 당장 도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청정 강원도의 비상 사태'라는 의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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