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뒷자리에 추위, 추위 뒤에 또 눈이 내리고 또 추워졌다. 올 겨울 이런 변덕 날씨가 이 사회에 눈덩이처럼 쌓여 잠재해 있는 두 가지 폐단을 새삼 깨닫게 하고 있다. 행정의 '나 몰라라'식 자세가 어느새 공무원들의 머리를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과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로 시민의식 속에 뿌리가 커진 지나친 이기주의, 바로 그 가지.

산간의 고속도 국도 지방도가 한 차례 눈발이 날리고 끊일 때마다 '뚫렸다 막혔다'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도시 중소도시, 읍·면소재지까지도 일상생활이 '풀렸다 꼬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낮에는 질퍽거리는 죽탕길이 돼버리고, 해만 지면 꽝꽝 얼어붙은 빙판길이 돼버리는 요즘 생활환경이 도민들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쌓인 눈이 골목길, 아파트 단지 입구만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니다. 시장입구는 물론 쉴새없이 민원인이 들락거리는 군청마당까지 얼음판이다. 한 가지, 한 가지 계산해 낼 수만 있다면 결코 이번 폭설로 입은 농작물 등의 피해 못지 않을 만큼의 큰 설해를 요즘 우리 일상이 입고 있는 것이다.

눈이 한꺼번에 많이 내린 데다 자주 오고있는 자연 현상이 원인이다. 그러나 예전엔 눈이 많이 온다고 이같이 장기간 일상마비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회를 굴려가고 있는 질서나 규범, 도덕 어딘가에 나사가 풀려있다는 징조다. 한 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늑장 제설 행정에 분통을 터뜨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즉각 "장비와 인력부족 때문"이란 행정반응이 나왔지만, 주민의 그런 지적은 옳고 공감한다. 웬일인지 폭설이 내린 날도 그렇고, 그 후에도 거리 눈치우기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빙판길 낙상환자가 시장군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세금은 받아 어디다 쓰느냐"는 항의가 없기 때문인가. 행정이 유난히 눈치우기에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대관령의 차량 고립사태는 다투어 먼저 가려는 극도의 이기주의 때문에 결국 통제와 정리 불능지경을 자초하고 말았다. 이 극도의 이기주의 때문에 지금 도심의 뒤늦은 설란(雪亂)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새겨야 한다. 아파트 단지는 물론 일반주택가 골목길, 상가 앞 인도를 주민들이 힘을 합해 눈 쓸기를 했다는 미담은 이번 겨울 들리지 않았다. "나만 다니는 길이 아닌데 내가 왜?"란 시민의식 실종이 결국 너나 없는 공동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앞으로도 눈과 추위가 반복되는 날씨가 계속된다는 기상청 예보다. 또 닥칠 폭설을 대비하는 자세가 아쉽다. 행정은 더 적극적인 주민서비스 자세로, 주민은 이웃과 지혜를 모아 협력하는 자세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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