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철 기상을 보면 우리의 정치·경제만큼이나 위태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수십 년만에 폭설이 내렸는가 하면 폭설 직후 기상사에 기록될 만한 추위가 몰아쳐 사람과 자연 모두 '혹한 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또 예년의 한반도 겨울철 기상 패턴인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오한일온(五寒一溫)'이란 새로운 현상도 생겨나 겨울나기 방법을 따로 마련해야 할 정도다. 이번 주 전반 내내 혹한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우리를 더욱 추위에 움츠러들게 한다.

이러한 기상 변화 증후군은 특히 이 한겨울 각종 사고나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요망된다. 이미 사건·사고는 진행 중이다. 눈이 녹기도 전에 몰아닥친 혹한으로 각 가정의 수도관 계량기에 동파현상이 잇따르고,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면서 주말 이틀 동안 도내에서 15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폭설에 행정 시민 모두 적절히 대처못해 일주일 지난 지금까지 빙판 도로에서 넘어지고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은 사람과 사고 차량이 계속 늘어간다. 산행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 모든 사건·사고들은 우리들이 평소 혹한 대비 의식을 가지지 못한 결과 불러들인 인재이지 불가항력적 천재(天災)가 아니다. 여러번 안전불감증을 얘기해도 우리는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재난에 노출돼 있을 따름이다. 예사롭지 않은 이번 혹한이 심각한 재난을 불러올지 모르므로 각종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혹한을 이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행정은 폭설에 힘을 쓰지 못한 재해 방지 시스템을 조속히 복구해 빙판길을 없애야 하고, 피해 주민들의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을 시행토록 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서로 힘을 합쳐 마을안 빙판 도로를 제거하고 추위에 떠는 이웃을 물심으로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 무관심하다면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다. 책임행정이니, 사회복지니 하는 말은 국민의 기본적 재산이 보호되고 사회 안전망 확보와 함께 시민들 스스로 서로 돕고 보호해 주는 시민정신이 정착돼야 구현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개인 스스로도 혹한과 기상 이변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건강하고 사고 없는 겨우살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 추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혹한이 폭설에 의한 재해민을 돕고 피해를 복구하고 서로 돕는 일이 엷어진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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