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로 얻어 진 '적혈구농축액' 가운데 20% 정도가 해마다 폐기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장 "그럴 바엔 누가 헌혈을 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법하며 생명 구하기 정신으로 이미 사회저변에 단단히 다져진 헌혈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으로 발전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헌혈만 강조할 뿐, 소중하게 받은 이 혈액을 어디다 어떻게 쓰는지 대국민 홍보를 게을리 하는 헌혈정책이 지금 그런 오해를 빚어내고 있다.

지난해 道적십자혈액원은 9만5천184명으로부터 헌혈을 받아 이를 적혈구, 혈소판, 혈장 등 혈액성분제제로 분리했다. 이 가운데 적혈구 농축액 2만753명분을 폐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적합한 혈액을 폐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버린 혈액 가운데 용혈과 혼탁이나 오염, 에이즈 바이러스, 간염, 매독 감염위험, 기타 간기능 검사상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혈액은 2천747명분에 불과하다. 85% 1만8006명분은 유효기간을 넘겨 쓸 수 없게된 혈액이다. 혈액원이 해마다 말 그대로 '피 같은 피'를 마구 내다버린다는 논란이 이 부분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道적십자혈액원은 이같은 논란은 일반인들이 헌혈된 피가 어떻게 분리돼 쓰여지는지를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한 사람이 헌혈한 혈액은 적혈구농축액, 혈소판농축액, 신선동결혈장으로 분리되며, 이 가운데 적혈구농축액이 남아돌았다는 것이다. 적혈구농축액은 채혈 후 35일이면 활성도가 70%이하로 떨어져 사용할 수 없게되며, 이같은 짧은 유효기간 때문에 수출이나 국제간의 지원 등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타시도와 수급균형을 맞춰 남아도는 적혈구농축액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같은 사람의 헌혈한 혈액이라도 혈장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유효기간이 단 5일밖에 안 되는 혈소판은 응급용으로도 항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道적십자관계자는 "혈액을 반드시 모두 써버려야 한다면, 그만큼 국민건강에 중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오히려 일부 혈액이 남아도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국민 몇 사람이나 알고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혈액수요를 헌혈로 충당하고 있다. 혈액원은 의료기관의 공급요구에 언제나 응할 수 있어야하며, 이 때문에 헌혈 홍보는 혈액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체계적인 홍보로 정말 국민이 피를 내주며, 이를 의심하는 일이 없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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