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과 혹한으로 야생동물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만큼 위기에 몰려있다. 한길이 넘게 쌓인 눈 속에서 혹한에 떨며 먹이를 찾다 지친 야생동물들이 인가 부근으로 내려오다 밀렵꾼들에게 잡히고 혹은 눈밭에서 고립되어 탈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군부대 장병들이나 야생동물 보호단체 회원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지는 수도 있지만 그런 사례는 희생되는 수에 비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겨울 도내 산간 계곡에서 소리없이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삼척시 가곡면 개울에서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산양 한 마리가 올무에 걸려 죽은채 발견되었다. 이 산양은 목에 걸린 올무를 끌고 산속을 헤매다가 탈진해 개울물에 빠져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서 올겨울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밀렵단속을 벌이고 야생동물 거래 및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인 감시를 통해 밀렵의 고리를 끊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엄포에 불과할 뿐 실제로 야생동물 보호 대책에 숭숭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준사례다. 최근엔 고성군오소동 계곡에서 먹이를 찾다 지친 산양 3마리가 인근 뇌종부대 장병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고 17일 오전에는 인근 지역에서 10년생 암컷산양이 굶어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문화재청이 뒤늦게 관계자를 파견하고 산양 서식지의 먹이분포 등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후약방문격이었다.

겨울철이면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밀렵이 극성을 부리고 눈쌓인 산간 계곡에서 먹이부족으로

죽어가는 야생동물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에서 야생동물 보호대책을 반복해 발표하지만 탁상행정에 그친 수준이란 것도 알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밀렵꾼들은 정부의 엄포에 콧방귀를 뀌며 사냥총 올무 덫 창애 독극물 등 각종 밀렵장비와 도구를 이용해 야생동물 포획에 나선다. 밀렵꾼들이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나 되고 이들 중 희귀동물만을 전문적으로 잡는 이른바 표적밀렵꾼들이 1백여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밀렵된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규모가 연간 3천억원에 이른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야생동물은 멸종되면 복원이 불가능한 자연자원이다. 특히 청정 자연을 모든 상품에 상징적 이미지로 이용하는 강원도의 경우 다양하고 풍부한 야생동물이야말로 그 가치를 따지기 어려울만큼 소중한 자원이다. 밀렵근절 대책은 물론 올같은 폭설과 혹한 등 자연재해로부터 이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획기적 특단의 대책이 세워지고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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