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월별 테마 교통단속이 국고 채우기 '돈벌이 이벤트였다'는 인상을 줬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테마 교통단속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선진교통질서를 확립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것이며,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월드컵 개최국 교통의식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는 자성으로 불편을 감수하며 이 단속에 응해왔었다. 그러나 반짝하던 이 단속은 교통법규 위반자만 양산해 놓고, 손을 털어 버려 항간에서 '경찰이 그동안 국고 채우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 소리까지 튀어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안전띠 미착용'으로 시작된 월별 테마 교통단속은 10월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집중적인 단속 효과로 99년 33만 명이던 교통법규위반자는 지난해 53만 명이 돼 무려 20만 명이나 늘어났다. 특히 안전띠 미착용과 주·정차 위반은 99년 14만 명에서 지난해 2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서 시선이 가는 부분은 늘어난 교통법규위반자에 비례한 범칙금 액수의 증가이다. 지난해 도내 교통법규위반 범칙금은 대략 200억 원에 이르러 경찰은 교통관련 사상 최고의 '국고수입'을 달성한 셈이다.

경찰은 이 테마 교통단속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됐는지 딱 부러지게 밝히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일선 경찰들은 이 단속이 끝난 것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계자가 이 제도 중단에 대해 "범칙금 납부로 인한 서민들의 불만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 말은 예상 밖으로 큰 규모의 범칙금에 경찰 스스로 당황하고 있다는 뜻과 같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교통질서 의식이 아직도 원시성을 맴돌고 있을 만큼 엉망진창이란 뜻도 된다. 이 부분에서 또다시 월별 테마 교통단속이 밑도 끝도 없이 중단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게되는 것이다.

경찰의 과잉단속을 좋아할 사람은 없으며, 더구나 범규위반을 시인하면서도 범칙금을 내게 될 때 이를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그러나 채 500일도 안 남은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교통문화가 지금 낙제 점수 수준이라는 것은 모두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경찰은 월별 테마 단속을 실시하면서 '민원제기 등 문제가 생기면 이를 보완해 가면서 끝까지 밀고 가겠다'면서 당시를 교통 선진국 진입의 이정표로 삼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서민의 범칙금 불만'이 제기된 문제라면 이를 보완하면 되지 않겠는가. 경찰은 이번에도 스스로 의지를 꺾음으로써, 국민에겐 또 다른 강력한 교통단속 의지를 표명하더라도 "또 얼마 동안 발끈하다 말겠지"란 불신만 하나 더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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