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순찰대 경리담당 경찰관의 공금횡령 사건이 개인적인 횡령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의 상납고리로 연결된 '먹이사슬 비리'로 밝혀져 충격을 준다. 경찰청 감사로 공금 횡령이 들통나 경리장부를 감춰놓고 잠적했던 범인이 4개월만에 체포되었고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에 대한 뇌물 향응 제공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허술한 예산집행과 조직 내부의 뇌물 커넥션 등 비리의 일각이 드러난 것이다. 고속도로 순찰대의 1개 지구대 경리계장이 거액의 공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관리상의 허점도 문제지만 현직 경찰관 4명이 이 사건과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고 또 다른 혐의자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체면과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우선 경찰은 이 사건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해 한점 의혹도 없이 결과를 밝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찰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강원경찰의 명예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 사건이지만 사법처리 대상자 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까지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도경찰청 수뇌부의 방침은 옳다. 한솥밥 먹는 조직 내부 구성원을 연행해 조사하고 구속해야 하는 아픔이 있고 그 과정이 곤혹스러운 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리 수사의 한계를 정하거나 적당히 덮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내식구 감싸기식 수사로 이사건을 마무리할 경우 그 결과가 어찌 되리라는 것은 이미 옷로비사건 등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굵직한 사건에서 입증되었다.

경찰은 이 사건의 핵심을 이루는 공금횡령과 그 돈의 쓰임새를 밝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들어날 뇌물수수의 범위를 명징하게 밝혀내야한다. 이와함께 경찰관의 특진 등 승진 보직을 둘러싼 조직내의 비리혐의, 각종 장비 구입의 투명성 여부도 이 기회에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명확한 수사 결과로 경찰이 입게될 명예의 실추보다는 적당히 얼버무린 수사 결과로 경찰이 떠안아야 할 불신과 의혹의 부담이 훨씬 크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미 손상될대로 손상된 경찰의 위신과 체면이 비리사실을 감추고 덮는다고 회복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썩은 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의혹부분을 낱낱이 밝혀 도민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경찰 조직의 자정 의지를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임을 깨닫기 바란다. 굳은 관행의 껍질을 깨고 환부를 도려내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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