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경원선이 월정∼가곡역 간 DMZ 구간을 지나면서 궁예도성지를 관통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가지 개탄조의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먼저 일본이 경원선 건설구상을 하면서 한국역사를 주도면밀하게 말살하던 그 음모가 새삼 되새겨 진다는 것이다. 두 번 째, 그 철도가 놓인 지 9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그런 사실이 거론될 만큼, 우리의 무감각한 역사관에 대한 반성이다. 그리고 요즘의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로 볼 때 분명히 "경원선 복원 목전에서 무슨 발목 잡기 같은 얘기냐"는 비판도 비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MZ 내의 궁예도성지로 옛 경원선이 관통한다는 주장은 아직 지도와 항공사진 등에서 철길 자리를 확인한 수준이다. 그러나 막연히 DMZ 북쪽에 묻혀있다고만 알려졌던 궁예도성지도 지난 98년 본보 취재팀이 한 학술여행에서 정밀사진과 항공사진으로 확인해 보도함으로써 마침내 학계에서도 그 위치가 '남북방한계선을 경계로 한 DMZ 내'라는 사실을 정설화 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는 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역 부근을 이 도성 남벽 중앙의 남대문이 있던 자리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경원선은 이 도성의 남벽 한 가운데서 이 성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향토사학자들도 이같은 사실을 누누이 지적해 왔으며, 본보가 정밀지도와 항공사진 등을 근거로 '경원선의 궁예도성지 관통' 사실을 확인해 또 한번 이 미궁의 역사의 문을 여는 키를 제공한 것이다.

궁예도성은 궁예가 서기 904년에 축조했으며, 918년까지 마한, 태봉국의 수도이자 황궁으로 쓰던 도성이다. 일부 학자들은 궁예도성지를 "현존하는 세계 제일의 유적지"라고 평가할 만큼 높은 역사적 가치를 두고 있다. 남북단절 철도 복원 계획에 의해 머지않아 경원선이 복원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철도를 복원할 경우, 과거 고의이든 실수이든 한 번 파괴한 유적지를 또다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모든 DMZ 학술조사, 특히 궁예도성지에 대한 발굴조사와 경원선 복원 타당성 조사 등엔 '옛 경원선이 궁예도성을 관통한다'는 사실이 공론화 되기 바란다. 역사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궁궐터로 철도를 놓는 과오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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