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금리를 내리고있다.

예금금리, 대출금리 모두 시소게임을 하듯 인하되고있다. 최근 금융권의 구조조정등의 여파로 금융권전반에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돼왔고,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는 은행으로 움직였다. 주식시장이 힘을 못쓰고 부동산경기도 얼어붙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돈이 갈 곳은 은행 뿐이다.

은행은 영업활동을 하지않고도 앉아서 예금을 받아들였다. 예금유치를 위해 한치를 양보도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상황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굴러들어오는 돈에 대해 마냥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예치받은 자금을 운용해야한다. 예금받은 금리에 마진을 얹어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하거나, 주식에 투자하거나, 채권을 매입하거나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몇년째 자금수요가 동결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거의 중단상태다.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줄이고 군살빼기 감량경영에 매달려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신규시설투자나 연구개발분야의 투자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에게 당장 돈 쓸 일이 줄어 든 것이다.

그동안 무분별한 차입경영이 철퇴를 맞고있는 상황이다. 부채비율을 줄이고 경영건전화를 꾀해야한다. 과거와 같이 외형경쟁을 벌이던 때 필요했던 자금수요가 줄어든것이다.

또 부실기업이 줄줄이 시장을 떠나는 상황이다. 건실하다고 믿었던 기업들이 사정없이 쓰러지고있다. 은행들이 과거 기업들에게 빌려줬던 돈을 떼이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기업의 좌초는 곧 은행의 부실로 이어져온게 오늘의 현실이다.

돈 쓰겠다는 기업에 무척대고 대출해 줄 수 없다는것이 은행의 고민이다. 해당기업에 대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건실도를 따져보고 빌려줘도 떼이지 않을지 면밀히 판단해야한다.

이때문에 은행들이 돈을 운용하기위해 우량거래처를 찾아나서는 상황이다. 좋은 대출조건을 제시하고 대출경쟁을 하는 상황에 이르고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세일에 나서고있는것이다.

은행들은 우량기업과 상대적으로 떼일 위험이 적은 가계자금대출위주의 자금운용에 나서고있다.

고객들에게 가장 큰 메리트는 싼이자에 오랜동안 자금을 쓸 수 있는것이다. 이때문에 금융기간들이 최근들어 경쟁적으로 이자를 내리고있으며 부대비용을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지난 97년말 IMF경제난을 겪으면서 한 때 20%를 웃돌기도했던 대출금리는 이제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98년초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한때 대출금리 22-23%선으로 치솟았다. 이후 99년초까지도 대출금리는 15%안팎의 고금리가 지속됐다. 그러나 금리는 99년이후 하향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최근 대출기준금리는 9%대를 유지하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금리를 토대로 은행별로 +-2.5%에서 3-4%까지 고객의 거래실적이나 신용도 담보의 내용 등에따라 차등적용하고있어 실제적용금리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일부은행의 대출금리는 이미 7%대까지 진입하고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8.7%이던 주택담보부 대출금리를 최근7.44%로 내렸다. 또 조흥은행은 8.4%에서 7.55%로, 신한은행은 8.5%에서 8.25%로 각각 내렸다.

또 삼성화재는 6일부터 3월말까지 연 8.0∼9.0%의저렴한 금리로 대출비용까지 면제해주는 아파트 담보 대출상품인 '프리론 Ⅱ'를 판매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상품은 또 대출금액의 1%인 근저당 설정비용과 감정비용을 면제해주고 대출기간은 5∼30년이며 상환방법은 만기일시와 원금 균등, 원리금 균등 분할 등이 있다.

한미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5일부터 오는4월까지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고객들에게 1%정도의 금리인하혜택을 볼 수 있는 근저당설정비를 면제해주고있다.신한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기관들도 근저당설정비 면제서비스를 제공하고있다.

또 산업은행은 5일부터 기업들에게 적용하는 산금채연동 대출금리를 연 7.4%에서 7.1%로 0.3% 내렸다.

은행들이 치열한 금리전쟁에 나서고 있는것이다. 싼 금리와 부대서비스로 금융상품 세일에 나서고있는것이다.

대출금리의 하락은 금융기관의 수익구조의 악화로 이어진다.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액으로 은행의 수익을 낸다. 일정한 예대마진을 확보하기위해서는 예금금리를 내려야한다.

최근 은행들도 각종수수료수입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금융기관의 수익구조는 예대마진의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고, 이익실현을 위해서는 예금금리의 동반하락을 선택하고있다.

현재 금융기관들의 예대마진폭은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3% 안팎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지불준비금부담 인건비등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한 실마진은 1.5%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적정예대마진 폭을 4%정도는 돼야한다는 주장이며, 그만큼 수익기반이 나빠지고있다는 분석을 내놓고있다.

대출금리의 인하는 예금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지고있다.

최근 각금융기관의 1년만기 정기예금의 금리(기준금리)가 6.2-6.9%선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그동안 은행권으로 집중되던 자금이 주식시장등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경향까지 나타나고있다.

金相壽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