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철책선 병사들이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떼와 겨울나기를 한다는 보도가 싱그럽다. 동화라면 모를까, DMZ 안에 살고 있는 13마리의 산양 가족이 병사들을 찾아와 폭설기 내내 '먹이보급'을 받는다는 얘기는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어제 신문이 사진으로 증명해 보였다. 원주에서 검찰이 야생조수를 밀렵하거나 유통시킨 밀렵꾼 13명을 구속하고 포획한 조수류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소식과 함께 전해진 뒷자리이어서 이번 '병사와 산양' 미담은 후방 국민들에게 건강한 군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그들이 미더워진다. 화제의 병사들이 근무하고 있는 육군 뇌종부대는 DMZ서 가장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향로봉산맥일대에 주둔하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됐다는 것은 군인들에겐 그만큼 근무환경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부대가 이어가고 있는 DMZ 자연생태계 지키기 전통은 병사들에게 그런 어려운 근무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사기 진작책이 되고 있다. 향로봉산맥 기슭의 고진동 계곡과 오소동 계곡은 본보와 연어사랑시민모임이 함께 DMZ 한가운데로 흐르고 있는 남강으로 연어를 방류하는 골짜기이다. 남강을 연어의 강으로 되살리고, 북한의 하천에서도 연어를 방류하자고 제안하기 위해 지난 97년 착수한 이 사업은 올해로 5년 차를 맞고 있으며, 오는 4월 초에도 '2001년 연어의 꿈 자치' 행사를 현장에서 갖게될 예정이다. 이 남강 연어방류행사에는 이 부대 병사들이 길을 안내하고, 수송을 도왔으며, 함께 새끼 연어를 방류해 왔었기 때문에 사실상 병사들은 그동안 남강역의 환경파수꾼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지난해 봄, 영동 대규모 산불 기간 동안 이 부대가 DMZ에서 치른 '산불과의 전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6일 낮 12시 30분쯤 DMZ 내 남강가에서 일어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은 14일까지 DMZ 일대를 불태웠다. 당시 고성, 강릉, 삼척, 울진에서 잇따라 산불이 나 태백산맥일대가 화마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외부의 지원 없이 DMZ 산불 진화를 수행했었다. 병사들이 '산불과의 7일 전쟁'이라고 이름 붙였던 그 진화작전으로 동부산악지역의 DMZ 자연생태계를 지켰다. 그런 환경파수꾼 역할을 해온 그 부대의 경험과 정신이 '병사와 산양'같은 미담을 낳게 했을 것이다.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국토를 지키는 것이란 새로운 국방관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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