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는 농촌 경제가 얼어 붙어있을 때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인제 빙어축제가 일깨워줬다. 대게 축제가 끝나면 후유증에 시달리게 마련이지만, 이 축제에서는 그런 폐단이 씻은 듯 살아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지역축제구나'하는 사실을 지역문화의 해에 인제 빙어축제가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부터 열렸던 빙어축제가 인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농협 인제군지부가 예수금 실적을 토대로 내놓은 자료는 결코 적자축제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2월초는 자녀 등록금, 하숙비 등으로 10억 원 이상의 현금이 인출돼 외지로 빠져나갔지만, 올해 축제가 끝난 지난 5∼8일 사이 거꾸로 15억 원의 새 예금이 늘어났고, 이같은 겨울불황 해소가 순전히 빙어축제 영향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빙어축제가 치러진 소양호반의 남면 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액이 하루 평균 300만 원에서 빙어축제기간엔 3배 이상 늘어났었고, 음식·숙박업소가 초만원을 이루는 등 지역경기가 흥청거린 것 외엔 별다른 요인이 없었기 때문에 농협의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제 빙어축제가 사람 모으기나 경제축제 만들기 모두 성공하게 한 것은 결코 자원이 아닌 것처럼 우습게 보던 것들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는 점일 것이다. 축제장은 을씨년스럽고, 광활하기만 한 눈 덮인 얼음판에 불과해 그곳으로 관광객을 끌어온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호수바닥엔 38선과 옛 관대리, 그리고 육군 3군단 사령부 등 '우리의 과거'가 묻혀있다. 그리고 그 얼음장 밑에는 무진장한 자연산 빙어 떼가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실향민들에겐 추억의 장소이고, 외지인에게는 호기심의 장소, 빙어를 직접 낚아 올릴 수 있는 체험의 장소인 것이다.

동해안 가는 길, 44번 국도에 붙어있는 이 얼음판을 축제라는 상품으로 포장해 내놓아 성공시킨 것은 지역의 역량이다. 더구나 의례 지역축제들이 중앙의 머리를 빌리고, 간섭을 받아 필요 이상 치장을 해 개성이나 정체성없이 두리 뭉실 돼버리기 일쑤지만, 지역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 '오로지 인제에만 있는 축제' 로 꾸몄다는 점도 이 축제를 성공작으로 평가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가 지역문화의 해이기 때문에 이같은 '지역성'이 더 돋보이고 있다. 남은 일은 '그렇다면 이 축제에 참가했던 이들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축제의 구성원이고, 한편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준 장본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평가는 더 없이 중요하다. 혹시 안으로는 챙겼지만 밖으로는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설문조사 등으로라도 그런 평가를 받아 내년을 대비한다면 그것도 지역의 지혜이자 역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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