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이 경제동향을 파악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과 유사한 면이 많다.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의사는 가장 먼저 환자에게 증상을 묻는 문진(問診)을 행한다.

이를 기초로 의사는 의학지식, 임상경험 및 검사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최적의 처방을 통해 환자의 병을 치료한다.

이때 의사의 처방이 적절치 못하거나 실기를 하면 환자의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경제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여론에 항상 귀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산업별, 지역별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고 향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정책당국은 이를 토대로 적기에 적절한 정책을 집행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에 생긴 병을 최대한 빠른 시기에 정확히 진단하여 이를 토대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하여야 경제가 합병증으로
더 크게 고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의 우리 현실을 보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자 2000년초 정부는 IMF 위기극복을 공식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경제회복이 반도체 등 정보통신부문과 수출산업에 국한되고 지역별로도 큰 편차가 존재하여 산업별·지역별 경기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이러한 주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4/4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의 급랭, 대우자동차 부도 등에 따른 금융부실 확대, 고유가 지속, 미국 경기둔화전망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어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고 지역별 경기양극화가 현재화(顯在化)되고서야 정부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서둘러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였다.

지방경기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금년 예산의 60∼70%를 상반기에 조기배정하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금년도 경제운용의 3대 기본방향의
하나로 정하고 지방건설 활성화, 지방 유통산업의 고도화, 지역별 전략산업 육성 등의 세부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집행의 시기를 놓쳐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드나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침체되어 있는 산업을 부양하고,
지역별로 전략산업을 육성한다는 시책은 지방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올바른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즉흥적이고 단기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중장기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만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총량지표에만 의존하는 일률적인 정책의 집행에 집착하기보다는 지역마다 갖고 있는 경제적 여건을 감안한 "지방화된
경제정책(customized policy)"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 스스로도 환자의 회복의지가 치료의 전제조건이듯이 중앙정부에 의존하던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鄭允海(한국은행춘천지점 기획조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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