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정동진 어업인들이 '바다의 청색혁명'을 선언했다. 넙치, 조피볼락, 전복, 성게, 멍게 등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감척 등 제살 깎기를 감수하겠다는 결의를 보였으며, 해양레포츠 산업에서도 살길을 찾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엊그제 어민들 가운데 끼니 걱정을 할만큼 흉어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났었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마당에 어선을 줄여서라도 자원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나, 많은 자금과 경영수완이 필요한데도 해양레포츠 돈벌이 대안은 꿈같은 얘기이거나, 행사용 구호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그런 결의와 대안이 나왔다면, 이는 말 그대로 '포기할 수 없는 어업인들의 장래를 밝히는 것'이며, 바다에 대한 희망이다. 이 점을 중시해 정동진의 '청색혁명 선언'이 동해안 전 어업인들에게 전파되도록 각별한 행정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절실해졌다. 한편으로는 어업인들이 제 살을 깎는 이 같은 노력에 대해 국민적 이해도 더욱 새삼스러워졌다.

사실 어족자원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어린고기까지 잡아들이는 바람에 씨가 마를 위기에 처해있다.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너도나도 그물코를 줄여가며 바다 밑바닥을 긁다 시피하고 있다. 한 번 그물에 들어간 고기는 절대 놓치지 않게 하기 위한 '삼중자망'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값이 좋은 '알배기'를 시장에 내놓기 위해, 어종에 따라 규정을 두고 있는 '산란기 조업 금지'의 방어벽이 무너진 지도 오래 됐다. 문제는 한·일, 한·중 어업협정이 이뤄지면서 우리바다, 즉 어장이 줄어 든 것이다. 마치 작은 산에 큰 나무를 베어내다가 나중에는 풀뿌리까지 뽑아내는 것 같은 게 우리 어장의 현실이다. 마침 정부가 '자율관리형 어업제도'를 그 해답으로 들고 나왔다. 정부는 연안 어족자원 확충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투자에 나서고, 어업인은 불법어업을 감시·추방하는 것을 밑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자원보호의 해답으로 이 '자율관리형'을 도입했다면, 지금 정동진 어업인들은 이 제도의 실천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어업인들이 제시한 해양레포츠 산업 유치의 '어업인이 만든 어업인 보호' 대안을 큰 눈으로 주시하기 바란다. 그리고 만사 제쳐놓고 이를 지원해 한국 어촌의 모델이 되게 하기 바란다. 지금 자원고갈 현실을 놓고, 어업인만 탓할 수는 없다. 어족자원 보호의 필요성은 어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푸른 산이 벌거숭이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무를 적게 베고, 한편으로는 나무를 키워야 하듯이, 어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업인들 싹쓸이 어업을 하지 않고도 사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을 강원도 어민들이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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