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는 5월부터 의료보험료를 20%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지역의보 가입자의 보험료가 15% 올랐고 올 1월부터 직장의보 가입자 보험료가 21.4% 올랐는데 6개월도 되지 않아 또 보험료를 올리겠다니 기가막힐 지경이다. 정부가 의료보험료를 또 인상하기로 한 것은 의보적립금과 국비보조가 5월이면 바닥나 의보재정의 파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의 재정파탄은 최근에 갑작스럽게 생긴 현상이 아니다. 지난 96년부터 재정수지가 이미 적자로 돌아섰고 적자규모가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보험료와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는 공단 월평균 수입이 8천300억원인데 요양기관(병의원과 약국)에 지급하는 보험 급여비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째 1조원을 넘고 있다. 올들어서만 2개월 사이에 4천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이런 추세로 가면 올 한해 누적 적자는 3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심각한 일은 국고보조금과 적립금이 5월이면 바닥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미 확정된 국고보조금 1억9천만원 외에 1조원을 추가 지원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액수는 보험료 인상을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부족분 1조원을 메우기 위해 직장과 지역 의보의 보험료를 20~30% 인상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의보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면 의료체계에 혼란이 일어나고 그 결과 국민들이 고통 속에 빠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의보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린지 반년이 지나기 전에 또다시 큰 폭의 보험료 인상방침을 세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99년 8천700억원 정도의 의보재정 적자가 지난해 갑자기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생긴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의사들의 요구를 수용해 진료수가를 30%나 올렸고 의사들이 가격이 싼 약품보다 비싼 약품을 많이 처방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의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 시행이 의료비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국고보조라 하지만 국고 역시 국민 세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약분업이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올 재정적자 3조~4조원을 메우기위해 "조만간 '국민동의'를 바탕으로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국고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이라고 공단 이사장이 밝혔지만 국민동의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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