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 파출소의 3교대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나 홀로 근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출소 경찰관들이 '하루 주간, 하루 야간, 하루 휴무'의 근무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말뚝서기를 하던 이들 입장에서는 정말 살맛 나게 하는 제도라며 반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치안공백의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6명이 근무하는 농촌지역 파출소가 문제다. 3교대근무를 하자면 파출소 근무자는 2명. 당연히 순찰근무는 혼자 나갈 수밖에 없다. 혼자 남은 내근자는 각종 민원과 자체 보관하고 있는 무기관리까지 처리해야 한다. 그 동안 2교대의 격무에 시달리던 파출소 직원들에게 휴식시간을 늘여줌으로써 "한 차원 높은 대국민 치안서비스 활동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경찰의 자체 전망 이면에는 일선 경찰의 범죄분위기 제압 효과나 업무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반드시 경찰사회에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인 바람이다. 사실 이 제도는 경찰개혁 차원에서 다뤄지던 이무영 경찰청장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민 부서인 파출소의 근무체제를 혁신하고 방범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근무제도를 2부제에서 3부제로 전면 개편해 1일 8시간 근무를 실현하는 일을 "무엇보다 먼저" 실천하겠다고 밝혔었다. 늦었지만 그 약속이 지금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밤샘 근무를 한 우리 눈에서 핏발을 가시게 하고, 우리도 가족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싶다"는 말은 일선경찰관들의 자조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하고 싶은 말이다. 그들이 그런 구속에서 벗어날 때 자긍심과 충성심이 살아날 것이고, 이에 따른 치안서비스의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의 의지로 실천되고 있는 파출소 근무제 혁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역시 인력난이다. '2인 1조'를 '3인 1조, 4인 1조'로 바꾸면, 치안공백의 우려도 기우가 되고 말 테지만, 그렇게 하자면 경찰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원칙론에 부딪치게 되고, 모처럼 시행된 이 혁신적 제도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갈 지 모른다. 최근 소방공무원들의 줄지은 희생을 보면서 그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 새삼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싶은 일선 경찰관들을 위해 시행된 이 제도에도 모처럼 사회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마당에 인력난 운운하며 이 제도를 변형하거나, 이벤트처럼 반짝 혁신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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