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농산물 연합판매제는 생산자인 농업인과 농협이 농산물 유통시장을 주도해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업인 소득 향상을 도모하는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대도시 농산물 도매시장과 중간상인들에 의해 주도되어온 농산물 유통체계에 생산자인 농업인 단체가 연합해 공동출하 공동판매 방식으로 참여함으로써 농산물 가격의 안정기반을 조성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해 결과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강원농협은 올해 도내산 고랭지 무 배추와 피망 풋고추 등 4개 품목을 연합판매 대상으로 삼아 6월부터 11월까지 한시적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고랭지 무 배추는 강원도가 전국 생산량의 70%를, 풋고추와 피망은 44.3%를 차지하고 있어 출하량과 시기만 제대로 조정하면 생산자가 주도하는 시장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지금도 농협을 통한 일부 계통출하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출하시기와 물량의 집중도가 높아 제값받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중간상인들의 개입과 농산물도매시장의 일률적 수급으로 생산비를 밑도는 헐값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다파는 경우가 흔하다. 농산물 연합판매 방식은 도매시장과 소비지에서 주도하는 유통전반의 체계를 산지 농업인과 농업단체들이 장악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한다는 의가 있다. 생산지 조합들이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결집력을 키움으로써 조합간 계통간 무리한 경쟁때문에 발생하는 갈등과 이로 인한 손해를 해소하고 협동조합 본연의 이상과 이념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농산물 연합판매 시스템이 정착될 경우 농업인들이 보게될 이득은 농산물 제값 받기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유통단계의 대폭 축소로 적정가를 유지할 수 있고 시장교섭력을 키워 농산물 시장의 일대 변혁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생산자가 가격을 매기고 시장 경쟁에 나서는 농산물 유통체게의 변혁을 이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에는 여러가지 선행 과제를 해결하는 일과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절하고도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연합판매를 위해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규격출하를 위한 포장재를 개발하는 일, 수급 조절을 위한 폐기와 이에 따른 생산비 보전비용을 마련하는 일 등은 현단계에서 농업인과 농협의 힘만으로는 벅찬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이 사업의 실효성과 앞으로 농업인 소득 증대에 미치는 긍정적 성과를 검토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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