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삼척에서 또 산불이 일어났다. 해마다 봄철이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영동산불이 이제는 영동지역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20일 새벽 강릉 옥계면에서 일어난 산불은 반경 5~6km 안 3곳에서 한 시간사이에 잇따라 발생했고 삼척 도계읍 산불은 같은 날 대낮에 발생했다. 산불이 나자 각종 진화장비와 1800여명의 인원이 동원되어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어제 오전 8시를 전후해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번 산불로 강릉 삼척 지역 40ha의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고성 산불과 지난해 봄 영동전역에 걸친 대형 산불로 동해안 지역 주민이 겪은 고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한 백두대간이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판에 또 산불이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산불예방을 위해 지역주민과 자치단체 군부대가 그토록 노심초사하며 애를 썼는데도 화마(火魔)를 막지 못했다. 산불감시원을 늘리고 무인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하면서 산불을 막으려고 발버둥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 느낌이다. 삽시간에 무섭게 번지는 불길을 보며 허탈감이 들 정도다. 산림청 헬기와 군부대 헬기 소방차 등 가동 가능한 장비를 모두 투입하고 지역주민 공무원 경찰 군인 수천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으니 사회적 비용의 손실도 적은 게 아니다.

백두대간의 울울창창한 신림은 강원도의 자원이고 도민의 공유자산이다. 그 자산이 해마다 산불로 소실되고 있다. 지난해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자체의 손실도 크지만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역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송이산지까지 망가졌다. 복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산불 피해지는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나 다름이 없다. 피해지역 주민들이 당한 고통은 아직 상처로 남아 있다. 영동 산불은 깊고 넓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다행스럽게도 발화 초기에 산불을 잡아 진화했지만 재발 방지와 산불예방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 민관 군이 내집 재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산불방지에 나서야 하고 산불을 예방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산림청은 20일 하룻동안 전국 15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4월 중순까지 건조한 날씨와 세찬 바람이 계속돼 산불피해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고성산불과 지난해 영동지역 대형 산불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계절이다. 산불을 어쩔 수 없는 재앙으로 여길 게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사고로 생각해 가능한 모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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