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몽골을 지나 중국접경까지 접근했다는 보도다. 우리나라도 이미 이 악성 가축질병의 무풍지대가 될 수 없게됨에 따라 전국 가축시장이 24일부터 폐쇄돼 도내에서도 10개 소 시장이 서지 않게 된다. 해외의 광우병에 이은 구제역 소동으로 우리의 축산농가까지 광풍에 휩싸이는 지경이다. 지난해 3,4월 경기 파주, 충남 홍성에서 발생했던 구제역은 단기차단으로 국내에서 불을 껐다. 그러나 당국은 전 세계에 비상이 걸린 이 풍파의 대열에 끼이는 날엔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축산은 완전히 망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대처해 주기 바란다. 축산농가들도 이미 육류 소비가 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방역조치까지 강화되면 '파산한다'는 소리가 들릴 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발등까지 불이 왔다는 위기의식으로 이 파동을 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농림부와 道가 구제역 방역에 팔을 걷어붙였다면 차제에 해마다 접경지역에서 창궐해 축산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는 광견병에도 눈길을 돌려주기 바란다. 이 병은 지난 83년이래 15년 동안 한번도 발생하지 않아 종식된 것으로 알고 있다가 93년 9월 철원에서 다시 발병해 지난해까지 도내 철원·화천·양구·인제와 경기도 동두천·연천·포천·파주·양주 등지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래비즈(Rabies) 바이러스'가 옮기는 인수공통의 이 전염병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것은 말할 것 없다. 그러나 개뿐 아니라 한우와 젖소 전염률이 높아 농민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지역의 상표가 되다시피 한 '청정지역' 이미지를 훼손할까봐 내놓고 밝혀지는 것을 꺼릴 뿐이지 농민들이 현금이나 다름없는 이들 가축을 살(殺)처분 매몰하는 숫자는 예상 밖으로 많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광견병은 93년 1건, 94년 29건, 95년 6건, 96년 5건, 97년 19건, 98년 60건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이 기간동안 피해가축 118마리 가운데 68마리가 소였으며, 98년엔 무려 34마리의 소가 폐사 됐다.

통계상 광견병은 93%가 야생동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접경지 광견병도 너구리, 오소리 등이 옮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먹이와 번식을 위해 국경 없이 이동하는 이들 '전파 보균체'를 일일이 붙들어 백신접종을 할 수 없다는 방역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지역의 풍토병화 되고 있는 데도 당국은 긴장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철원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의 숙주인 너구리에게 '먹는 백신'을 투여하기 위해 미끼 5천 개를 시험 살포했다. "참, 기발한 생각"이란 농민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에게 미끼용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 이미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사실을 농민들이 알고 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를 당국은 되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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