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의보재정 적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책임 있는 당사자들 간엔 오히려 책임 전가의 분위기가 고조돼 이러다간 사태의 원인 분석은 물론 사후 대책 마련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 마디로 말하여 사전 준비가 소홀한 탓에 전대미문의 엄청난 재정 파탄을 가져 왔다면 신속히 책임 소재를 가려 책임 지울 건 지게 하고 곧바로 사태의 악화를 막으면서 근본적 치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일단 대통령이 책임을 시인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을 전격 경질한 상태이니 잘 수습하면 가닥이 잡힐 것도 같은데 총리는 부처를 나무라고 부처는 정치권을, 정치권에선 여가 야를 야는 여를 지탄하며, 거기다가 여당은 다시 보건복지부를 탓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희생양이라며 푸념한다. 이래서야 국민이 여전히 불안감을 씻지 못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래선 안 된다. 우선 정치권은 자성론을 기본하여 이 문제에 완전히 정치성을 배제하고 사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하며, 관련 당사자들 역시 사안이 중대한 만큼 '없던 일로 하자' '밀고 나가자'며 또 다시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완벽한 개선안 및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국정 운영의 기본 틀을 새롭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특히 교육부 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일할 만하면 교체해 전문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는 인사의 문제점을 노정했다. 김종대 보건복지부 전(前) 기획실장의 폭로대로 강행하는 시책에 반대하면 '반(反) 개혁'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실정(實情)을 감추려는 데 급급해 거짓말과 식언을 밥먹듯 하여 오늘날 복지 실패와 그에 따른 심각한 민심 이반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어처구니 없는 자충수를 두고,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는 호도로 일관하다가 그야말로 참담한 실정(失政)을 자초한 것이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의보 파탄 문제를 처음부터 보다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재정 부담 62%, 본인 부담 30% 증가했는데, 약국에 대한 보험급여액은 10 배, 일반 의원엔 52% 늘었다. 보험재정 고갈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혼란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부족분 2조 원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땜질식으로 처리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문제로 또 다시 집단 이기주의가 판치고, 정략이 개재되고, 밀어 붙이기가 통용되고, 그리하여 국민적 혼란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의 책임 전가는 사태의 진전에 조금도 도움되지 않으니 모두 스스로 자숙·자성하여 이 총체적 정책 혼선을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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