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게 한 원인 제공자는 이 지역 대부분을 묶고 있는 '군사보호구역'이다. 따라서 접경지역지원법에 따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각종 사업에 이 군사보호구역이 걸림돌이 되고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같은 난제가 엊그제 열린 접경지역실무협의회에서 공식 제기됐다. 접경도인 강원·경기에서 이 지역의 합리적 조정안을 내놓자 국방부는 예상했던 대로 난색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북한의 군사적 대응 논리로 설정된 이 구역은 이제 그 손질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 그리고 이 구역이 조정되지 않는 한 접경지 관련 사업들은 단 몇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불가피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군사보호구역을 언제까지나 신성불가침 지역처럼 '쉬쉬'하고만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구역은 지난 72년 미군철수와 북한의 도발적 군사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남쪽 10∼25Km사이의 강원도와 경기도 4천869㎢에 지정된 지역이다. 이 구역은 고도의 군사활동이 필요한 군사분계선 인접과 중요 군사시설의 기능보전이 요구되는, 주로 민통선북방지역(1천749㎢)을 통제보호구역, 군 작전 수행의 필요와 시설보호나 주민의 안전이 요구되는 민통선이남지역(3천120㎢)은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누고 있다. 어쨌든 강원도 접경지역 62.6%, 경기도는 87%가 이 구역에 묶어놓은 것이다. 통제보호구역에서는 모든 건축물의 신증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제한보호구역에서는 신.증축이 가능하지만 관할부대장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는 것이다. 899㎢ 전지역이 군사보호구역에 묶인 철원의 경우 "도대체 내 맘대로 말뚝 하나 꽂을 곳이 없느냐"는 민원해결이 지역 최대 현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군사시설 보호법의 '비행금지구역' 및 '대공협조구역'으로도 중복규제되고 있는 곳도 있다. 건물 높이가 규제되는 것은 물론 요즘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행글라이더 같은 레저스포츠활동 마저 규제를 받고있는 것이다. 문화계에서는이 구역 안에 산재한 문화유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어 도굴되거나 파괴 방치되는 사례도 지적하고 있다. 최근의 남북 긴장완화 분위기를 들어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을 조정해야한다고 주장하긴 아직 이르다. 다만 그동안 몇 차례 이 구역에 대한 법령이 손질 돼, 어느 정도 주민욕구를 수용한다고는 하지만, 이 법이 구태의연한 옷을 입고 있어서 그 사이 급변한 산업구조나 주민의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30년 간 이 법의 효율성이나 부작용이 제대로 논의의 장에 등장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도 이 구역이 현실에 탄력적응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있다. 강원·경기 접경2개 道가 접경지역 지원법 시행에 따른 '군사시설 보호구역의 효율적 관리방안'의 연구검토를 착수했다. 이를 계기로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보다 현실에 적응하는 자세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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