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수력발전처의 방류 중단을 요구한 강릉시민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전 과정을 살피면 우리가 얼마나 갈등 해결 방식에 서투르고 화해 능력 부족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도 같은 형식을 지겹다 않으면서 반복을 거듭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일단 지역 주민들을 성나게 했던 강릉남대천 오염 원인 강릉수력 발전 방류수의 잠정적 방류 중단을 결정한 한국전력의 방침은 환영할 만하지만 사회적 에너지를 소모한 뒤의 마치 '약방문' 같은 결과라 갈등 해결 방식의 새 모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은 비단 이번뿐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몇 차례 비슷한 양상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동강댐 건설을 전주민 아니 전도민과 전국민이 나서서 막았고, 내린천댐이나 삼척원전 건설 반대 투쟁 등 강원도내에서만 발생한 국책 혹은 국책에 준한 기간사업에 '강행' 대 '저지' 형태의 갈등에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경험해 왔다. 더욱이 최근 양양 원전폐기물처리장 건설 시도로 주민과 당국자와의 대결뿐 아니라 주민이 사분오열돼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극도의 상호 불신을 목격하기도 했다.

동강의 경우에서 보듯 이런 갈등은 사태 진전 때뿐 아니라 사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강릉남대천 건도 지난 10 년 간의 화농 부위가 곪아 터진 형국이 아닌가. 악성화되기 전에 진지하게 접근했다면 단식→삭발→궐기대회→상경시위 등의 사태가 없어도 좋았다. 책임의 상당 부분을 한전 등 시행 당국이 져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당국자는 지자제 이후 주민들의 요구나 의식이 전(前) 시대의 그것과 같지 않음에 눈 떠야 한다. 합리성과 위민성(爲民性), 그에 따른 주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모든 계획은 자충수에 불과할 수 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사업 시작 전에 주민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주민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도리이다. 무관심 무책임 직무유기 구태의연함을 보이거나 궤변을 늘어 놓고 쓸데없는 소모·낭비적 '사건'으로까지 가게 만들면, 이는 그야말로 몰염치한 일이다.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책무요, 일단 사안이 발생하면 해결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협상팀을 만들어 역지사지로 보상적 위치에 서야 마땅함에도 어쩌면 이렇게도 닮은 꼴 사태를 반복하는가.

혼란을 동반한 이런 식의 해결 방식은 이번 일로 끝나길 바란다. 정부 역시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그리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하고도 신속한 갈등 해결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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