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2년 말 착공하려는 한탄강댐이 지금 영월댐의 재판이 되고 있는 배경엔 '한탄강도 동강 보듯 해야한다'는 강력한 여론이 이 강 상하류 주민들에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 올 물 부족 사태를 뻔히 알면서도 동강에 댐을 막지 못하는 것은 수몰되는 자연자산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탄강댐도 물 부족난 해결, 홍수조절 등 개발논리로 강조되는 가치보다는 이 댐으로 수몰될 수려한 경관, 역사 유적, 자연생태계 등 정서적 논리로 강조되는 가치를 더 높이 치는 분위기이고, 이에 철원 등 유역 지방자치단체까지 발벗고 나서 댐 건설 반대를 부르짖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강가에 염색공장 폐기물 야적장이 허가 나고, 주민이 제보한 뒤에야 뒤늦게 이를 '불법'이라고 고발 조치됐으며, 이런 조치를 우습게 아는 것처럼 업자는 공무원을 협박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탄강을 보호하기 위해 한탄강댐을 반대하겠다는 논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행정이고, 말로만 한탄강 보호를 부르짖는 일부주민의 파렴치와 이기주의가 공개된 셈이다. 굳이 한탄강댐과 관련짓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상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도대로라면, 쓰레기 처리업체가 국유지를 임차 해 불법으로 경기도의 섬유염색공장과 가공업체 쓰레기를 야적해 놓고, 철원군이 이를 적발했는데도 오히려 또 불법으로 매립만 할 뿐 말을 듣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야적장은 갈말읍 강포리 일명 '안터'라고 하는 곳으로 철원군청으로부터 직선으로 4㎞나 될까말까한 거리다. 염색공장 폐기물이라면 당연히 수은, 카드늄, 비소, 크롬 등의 중금속이 함유됐을 것이다. 이런 맹독성 물질을 함유한 폐기물이 5천여 톤이나 허가 없이 쌓여 있다가 주민제보로 알게됐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몰랐다면 직무태만이다. 지난 9월 이후 연말까지 3차례나 적발했는데도 눈가림으로 치우는 척 하다가 이제야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면 업자도 어지간한 강심장이다.

그러나 행정조치에 업자가 말을 안 들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 조치가 물렀다던가, 누군가 켕긴 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번 일은 '그 쓰레기를 치우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간단히 처리될 일이 아니다. 한탄강을 댐으로부터 보호 보전하겠다는 유역주민들과 지자체들 그리고 이 강에 대해 걱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명분과 관련된 사건이다. 철원군은 철원 사람도 아닌 외지인에 의해 먹칠 당한 명예를 빨리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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