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자동차 A/V(오디오/비디오)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다.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도 하겠다는 최악의 운전 관습이다. 오는 8월부터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면 2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운전악습은 그런 규제나 규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앞서가 '음악도 듣고, 비디오나 TV도 보며, 운전도 한다'는 기상천외의 '반칙문화'가 어느새 보편화되고 있다. 멀쩡히 교통 규칙을 잘 준수하는 사람들만 당황하게 된 것이다.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운전자는 소주 6∼7잔을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1%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조사보고가 있었다.

그렇다면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면허 정지감인 셈이다. 하물며, 비디오나 TV에 눈을 맞추고 운전을 하는 자동차가 있다면, 이는 거리의 흉기 정도가 아니라, 달리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벌써 이런 차에 혼비백산했던 경험들은 많다. "어떻게 거리로 나서겠느냐"며 A/V시스템을 단 자동차를 단속하라고 소리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규제만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단속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운전만 할 줄 알면 다 차를 몬다'는 이 사회의 양식이 문제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운전습관, 양보의 미덕과 공익에 따르는 교통법규 이행 등 교통문화의 부담을 개개인이 지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되지 않으면 좋은 법이든 뭐든 다 공염불이다.

바짝 단속의 끈이 조여진 '안전띠 매기'는 몸도 마음도 풀리는 새봄과 함께 착수돼 새삼 안전운전의 경각심을 주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좋았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안전띠 매기에 공들인 사회적 노력과 이에 따른 성과를 생각하면, "아직도 우리 교통문화가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는 회의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 통행속도, 교통체증, 교통체계의 효율성, 주차시설과 도로 여건의 후진성은 알아줄 만 하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그러나 사실 운전습관, 법규 지키기 등 개개인의 교통문화 수준은 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교통문화를 알아야 차를 몬다'는 한 단계 올라선 사회의식이 확산되길 고대할 뿐이다. 휴대폰이 교통문화를 오염시키더니, 이어 A/V가 그 문화를 더럽히는 걸 보면서 그런 의식의 성숙 없이는 우리는 만년 교통사고 공포 속에 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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