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져내렸고 원화가치가 급속히 떨어져 달러당 136원대에 진입했다. 수출둔화 물가상승 등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국내 경기가 전반적인 침체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급속한 경제불안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기껏 내놓은 대책은 연기금(年基金) 6조원을 투입해 주식시장을 부양한다는 것 뿐이다.

경제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져있는 판에 정치권마저 소모적 정쟁에 여념이 없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엊그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국회연설로 시작된 여야 공방전에 청와대까지 가세해 말그대로 이전투구식 정치판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야당 대표의 국회연설이 정부여단의 실정을 거론하고 통박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치관행이었다. 그런데 여당이 연설 내용의 말꼬투리를 잡아 역공을 펴고 그 역공의 말꼬리를 이번엔 야당이 잡아 재차 역공하는 판세다. 한마디로 치졸하고 역겨운 설전이어서 국민들은 정치권 싸움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이총재가 "김대통령이 오기의 정치를 그만두면 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한 부분을 여당이 거세게 비난하고 나선데서 말싸움이 번지기 시작했다. 여당은 "이총재의 오기를 넘은 독기정치는 정치지도자의 입으로는 내뱉을 수 없는 몰염치한 작태"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여당의 모의원은 "당내에서조차 제왕적 총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국익과 국민을 무시한 무차별적 오기정치를 하는 이총재야 말로 국정혼란의 제1의 주범"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더니 마침내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서 '혹세무민' '후안무치' 등 강도높은 언사로 이총재를 비난하면서 오기정치를 버리고 반성하라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오기"라고 되받아쳤다. 한 나라의 정사를 이끌어가는 정치권 고위인사들의 설전이라기보다 시정의 장사꾼들이 벌이는 말싸움같다.

꼬부장한 비난식 비판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린 야당 총재의 연설도 문제가 있지만 험악한 말투로 역공을 펴면서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여당 역시 속좁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국회 문만 열면 싸울 생각부터하는 정치권의 소아병적 협량(狹量)이 정쟁일변도의 정치행태로 이어지고 그 사이 경제가 멍들어 국민 생활이 수렁에 빠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정치권은 반성의 기미마저 보여주지 않고있다. 정책보다 정략을 앞세워 상대방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한 국민생활과 국가경제는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점이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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