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북고성 남강과 안변 남대천에 연어가 풀린다. 남쪽 연어를 배에 싣고 가 남북이 함께 방류한다. 이런 게 바로 남북교류구나 하는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남북강원도 교류사업은 어렵사리 그 합의를 이뤄 놓고도 뒷말이 없지 않았다. 이번 북강원 연어방류는 그런 잡음을 뿌리치고, 이 사업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솔잎혹파리 공동방제, 씨감자 원종장 건설 등 향후 일정들도 무리 없이 소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연어 남북공동 방류'를 관심 있게 보고있는 '관객'이 있다면, 오늘 오후 남강 중류 고진동 계곡과 8일 오전 최북단 명파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어의 꿈 잔치'를 유심히 지켜보기 바란다.

지난 96년부터 개최된 이 축제는 DMZ 한가운데로 흐르는 남강에 연어를 방류해, 남북화해를 모색하고, 단절의 이 강에 남과 북이 함께 연어를 방류함으로써, 언젠가는 북쪽의 모든 강에도 연어가 올라오게 하자는 뜻을 담고 6년 째 치러지고 있다. 이미 이 축제를 중심으로 국내 수십 개 NGO와 친목모임들이 모여 '연어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이 결성됐으며,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광주·전남 시민 단체들은 98년부터 섬진강에도 연어를 방류하고 있다. 오늘 북한 남강과 안변 남대천에서 연어가 풀리게 된 이 역사적 사건은 바로 이 축제에서 잉태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고진동 계곡의 연어방류와 8일의 명파천 방류에 전국에서 각계 주요인사들까지 참여하는 것도 "우리가 그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과 북한 연어방류 원년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 연어 방류는 바로 이런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오늘 북한 연어 방류의 '연출자'가 있다면, 남강에 어떻게 연어를 방류하게 되었는지, 그 동기를 알아주기 바란다. 고진동 계곡은 향로봉산맥 넘어 깊이 숨어있는 남강의 작은 지류이다. 이 지류를 타고 나간 어린 연어는 남강 본류를 만나고, 다시 하류로 내려가 북고성 해금강 앞에서 동해로 들어간다. 누구나 고진동 계곡에 연어를 풀면 그 물고기는 남강을 따라가 결국 바다로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콜럼버스의 달걀'같은 얘기다. 연어를 이끌고 험준한 향로봉 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동화 같은 그 일이 성사되기까지는 민·관·군의 아름다운 협력이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 또 남강이 과거 연어가 득실대던 강이고, 그 골짜기가 남강과 바다로 통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오래 전부터 누군가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북한 연어방류는 물론 그 뒤의 또 다른 교류협력 사업도 국민적 뒷심을 받기 어렵다. 몇 사람의 공명심이 이 사업을 가리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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